서울, 夢. 3화
당신은 어젯밤 어떤 꿈을 꿨나요?
여기,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생활하고 꿈을 꾸는 137만 명의 평범한 40대 중 한 명의 실제 꿨던 이상한 꿈을 기록한 73개의 메모 중 하나를 들려드립니다.
그리고 그런 꿈의 씨앗이 된 현실과 함께...
구름은 낮게 깔렸고, 하늘은 납빛 물감을 엎지른 것처럼 무거웠다.
나는 아내, 그리고 둘째와 함께 양평 어귀의 어느 오래된 촬영장에 있었다. 건물은 언뜻 보기에 폐허처럼 보였지만, 안으로 들어서자 의외로 온갖 사람들이 북적였다.
알고 보니 그곳에선 BTS의 뮤직비디오 촬영이 한창이었다. 세트는 거대했고, 멤버들과 스태프들은 빛났고, 나는 그 풍경의 작은 한 점이 되어 서 있었다. 리허설 후 기다리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찼다. 쿵쾅거리는 예술의 심장에 조심스럽게 손끝을 얹은 기분이었다.
BTS의 멤버들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고 다부졌다. 스포트라이트 아래 섰을 때 그들의 어깨에는 묘한 힘이 실려 있었다. 둘째가 잠시 내 손을 놓고 다른 방향으로 달려갔다가 돌아왔을 때, 나는 속이 울렁거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내가 이곳에 있는 게 맞는지 의심했다.
전 직장의 동료였던 J와 함께 단기 알바를 하고 있었다. 정확히 뭘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광고 촬영장에 있었다. 요구 사항이 많고 감정을 시시각각 바꾸는 광고 회사의 AE가 있었고, 우리는 그녀의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 와중에 다른 직장의 동료 Y가 등장했고 우리 셋은 함께 또 이리저리 움직였다.
이 알바의 정점은 입이 딱 벌어질 만큼 거대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일이었다.
출발 지점은 높은 절벽처럼 보였고, 바닥은 보이지 않았다.
미끄럼틀에 몸을 실었다. 속도가 붙을수록 주변의 풍경은 선이 지워진 스케치처럼 흐릿해졌고, 마치 오래된 무언가로부터 해방되는 기분에 빠져들었다. 중력에 몸을 맡기는 자유로움,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감각. 미끄럼틀은 끝없이 이어졌고, 나는 그 흐름에 완전히 몸을 맡겼다.
하강 끝에 도착한 곳은 넓은 잔디밭이었고, 나는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하지만 곧 뭔가 중요한 걸 빠뜨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즐겨 신던 신발. 최근에 산, 아주 마음에 드는 나이키 신발이었다.
그곳은 국립박물관 같기도 하고, 전시가 진행되는 복합문화공간 같기도 했다. 높은 천장과 넓은 복도, 그리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
거기서 나는 우리가 과거의 일했던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고, Y는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를 말하려 했다.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말은 솔깃했다. 내가 예전에 어떻게 일했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인 듯했다. Y는 쉼 없이 입은 움직였지만, 소리는 없었다.
돌아보니 J는 여전히 함께 있었다. 그는 함께했던 직장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함께 밤새워 작업했던 그 디자인 에이전시.
그 꿈에선 시간이 뒤섞인 것 같았다. 과거와 다른 과거에 함께했던 인물들이 한 공간에서 만나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창의적으로.
그리고 나는 깼다.
2025년 8월 3일
꽤 오래 크리에이티브한 일과 문화를 가진 회사에서 일했다. 브랜드 캠페인을 기획하고, 디자이너들과 밤을 새우며 새 무언가 낯설지만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냈다.
더 창의적인 에너지나 넘칠 것 같은 스타트업에 와서 내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정부지원사업의 수주와 제안을 위한 문서 작업이었다. 그리고 며칠 전 난 그 회사에서 이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