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夢. 21화
꿈속에서 전,
발가락 없는 외국인을 만났고, 이하늬에게 그림을 배웠으며, 악마가 건넨 닭의 머리를 먹었고, 쥐포 면 파스타를 먹었습니다.
외국계 회사에서 차장과의 갈등으로 괴로워하던 날, '악마의 꿈'을 꾸었습니다.
중3 둘째가 미대에 가고 싶다고 했던 주말, '이하늬의 그림 교실 꿈'을 꾸었습니다.
생애 첫 책을 출간하고 홍보에 막막해하던 밤, '쥐포 면 파스타 가게에서 콜라보를 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이 코너를 시작할 때 73개였던 메모가 지금은 85개가 되었습니다.
꿈을 기록하기 시작한 이유는 그 내용 자체가 하나의 흥미로운 스토리였기 때문입니다.
제 안에 꿈의 기획자, 혹은 발칙한 상상력을 가진 작가가 있고, 그가 고심 끝에 발표하는 한 편, 한 편의 단편소설, 혹은 단막극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의미 있는 점은 제 평범한 일상이 그 창의적인 이야기의 소재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뿌리라는 점입니다.
물론 메모의 끝에 짤막하게 왜 이 꿈을 꾸었을까를 나름대로 유추해 적어놓긴 하지만 이렇게 글로 정리하면서 좀 더 오래, 그 당시의 저를 떠올리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 제니퍼 파크 저
심리학자 캘빈 홀은 5만 건 이상의 꿈을 분석했습니다.
그가 발견한 것은 '연속성의 원리'였습니다. 꿈은 현실에서 만나는 사람, 살아가는 공간, 맡은 역할 등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반영한다고 그는 말합니다.
프로이트는 꿈을 '무의식으로 가는 왕도'라고 불렀습니다.
깨어 있을 때 억눌렀던 감정과 욕망이 꿈에서 상징으로 변환되어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융은 한발 더 나아가 꿈속의 모든 요소(배경, 등장인물, 사물 등)는 꿈꾸는 사람 자신의 다양한 측면을 표현한다고 보았습니다.
꿈은 우리가 방치해 둔 내면의 여러 측면을 드러내고, 그것을 다시 전체로 통합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 책에서 많은 분량을 할애해 기술하는, 그리고 제 꿈에서도 반 이상을 차지하는 악몽에 대한 해석은 의미심장합니다.
‘악몽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심리적 갈등을 공포감을 자아낼 만큼 인상적으로 드러낸다. 심신이 건강하지 않다는 경고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 꿈 연구자들도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꿈속에서 느낀 감정이야말로 꿈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라는 것입니다.
즉, 시각 이미지나 상징보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 당신이 무엇을 느꼈는가’입니다.
꿈은 단순히 뇌가 정보를 정리하는 과정이 아니라, 우리 내면이 우리에게 건네는 편지라는 것을.
낮 동안 외면했던 불안, 억눌렀던 욕망, 잊고 지냈던 상실이 밤이 되면 기묘한 이야기로 변환되어 찾아온다는 것을.
그리고 저는 현재의 작업을 통해 그 편지를 읽는 법을 조금씩 익혀가고 있다는 것을요.
그는 꿈에서 오래된 초등학교 교실에 앉아 있었습니다.
책상은 너무 작았고, 칠판에는 알 수 없는 수식들이 가득했습니다.
선생님은 계속 질문을 던졌지만 그는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반 아이들이 모두 자기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깨고 나니까 너무 답답하더라고. 근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
나는 그에게 물었습니다.
"요즘 뭐 하고 지내?"
"회사에서 새 프로젝트 맡았는데, 솔직히 잘 모르는 분야야. 매일 회의 때마다 모르는 척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 아는 것도 아니고..."
꿈은 정직했습니다.
너무 작은 책상은 현재 자신의 역량에 대한 불안이었고, 알 수 없는 수식은 이해하지 못한 채 떠안은 책임이었으며,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은 매일 회의실에서 느끼는 무력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쳐다보는 아이들의 시선은 동료들의 기대와 평가였구요.
우리는 한참을 그 꿈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이상하게 꿈 얘기 하고 나니까 좀 후련하네. 내가 왜 요즘 이렇게 힘든지 알 것 같아. 또 내가 가지고 있을 때는 현실과 꿈이 연결이 안 됐는데 이렇게 함께 얘기를 하니까 그 꿈이 나한테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 것 같아."
깨고 나서도 며칠씩 마음에 남는 꿈.
이상하게 자꾸 반복되는 꿈.
깨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게 만드는 꿈.
제 꿈 이야기 연재를 마친 후에 여러분의 꿈 이야기를 연재하려 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보내준 꿈의 조각들을 단서로 이야기를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그 꿈은 당신에게 어떤 편지를 보내고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보내주실 내용:
1. 꿈의 내용 (기억나는 대로 최대한 자세히)
2. 그 꿈을 꾸었을 때의 상황 (그 무렵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 당시에 당신의 머리와 가슴을 채우고 있는 고민, 혹은 생각들, 그리고 주위에서 일어났던 일 등)
3. 간단한 자기소개 (하시는 일, 연령대, 성별 등)
4. 브런치 필명 (원하신다면 익명으로)
보내실 곳:
이메일 주소 : nohchangbum@gmail.com
* 메일 제목에 [꿈 이야기]를 붙여주세요.
당신의 꿈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그 꿈이 당신에게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꿈과 대화하다>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꿈을 정신의 메신저로 생각하라. 꿈은 삶의 어떤 영역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는지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당신의 꿈이라는 메신저가 무엇을 전하고 있는지, 함께 들어보고 싶습니다.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