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夢. 22화
회사는 공유오피스를 떠나 작은 3층 건물로 이사했다. 옥상까지 쓸 수 있는 넓은 공간이었다.
새로운 사무실에서 내 자리는 뚝 떨어진 곳에 있었다. 사업계획서 작성 같은 개인 작업이 많기 때문에 집중하기 좋게 배치했다고, 대표는 얘기했다.
내가 잘 보이지 않아서인지, 대표가 자리를 비울 때면 동료들을 나를 의식하지 않고 대표에 대한 불만을 쏟아놓았다.
그 투정 속엔 가끔 대표가 알아야 할 이야기도 있었지만, 난 침묵했다.
그래서 불만을 얘기하는 게, 그리고 나는 침묵하는 게 우리의 습관이 됐다.
그 시기에 이런 꿈을 꿨다.
[2023년 6월 24일]
지하철을 내려 한강변 도로를 따라 걸었다. 회사는 한강 위에 있었다.
정확히 한강 한가운데, 물 위에 떠 있는 투명한 건물이었다.
유리와 철골로만 만들어진 다층의 사무실 건물은 육지와는 좁은 다리 하나로만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 위를 걸을 때마다 다리는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건물 입구에는 작은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임시 사무 공간. 7일 후 철거 예정.'
섬 위에 있는 넓은 사무실 한가운데는 또 작은 섬이 하나 있었다. 흙과 풀이 있고,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작은 섬. 그 섬 위에는 책상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곳이 내 자리였다.
다른 동료들의 책상은 건물의 가장자리를 따라 배치되어 있었다. 그들은 유리벽 너머로 한강을 바라볼 수 있었고 서로 가까이 붙어 앉아, 종종 이야기를 나누며 일했다.
물은 없었지만 난 그곳을 섬이라 인식했다.
발을 디디자 흙이 푹신했다. 책상 위에는 노트북과 서류들이 놓여 있었다.
일을 시작했다.
화면 속에는 곰, 토끼, 여우, 고양이 모습의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들에게 생명을 줘 스스로 말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키보드를 두드려 코드를 입력하면 캐릭터가 표정을 띠고 입을 열었다.
몇 번의 입력 끝에 곰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토끼가 대답했다.
"날씨가 좋네요!"
캐릭터들은 이렇게 내가 만든 알고리즘에 따라 자연스럽게 말을 주고받았다.
나는 만족스럽게 화면을 바라봤다.
"언제까지 거기 있을 건데?"
돌아보니 동료 한 명이 섬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섬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았다.
"뭐?"
"일주일 후면 여기 없어진대. 알고 있어?"
"알아."
"그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동료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다른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다시 화면을 봤다.
캐릭터들은 여전히 대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날씨가 좋네요!"
무한 반복. 나는 코드를 다시 확인했지만 오류는 찾을 수 없었다.
그 사이에 퇴근 시간이 됐다.
동료들은 인사를 나누며 하나 둘 다리를 건너 육지로 돌아갔다.
나는 여전히 섬 안의 섬에 앉아 있었고 모니터 속 캐릭터들은 여전히 말을 멈추지 않았다.
노트북을 닫고 건물 밖으로 나와 육지로 돌아왔다.
한강변 도로는 어두웠다. 가로등 불빛만이 아스팔트를 비췄다. 나는 천천히 걸었다.
어둠 속에서 차 한 대가 헤드라이트를 켠 채로 멈춰 서 있었다. 차 앞에 무언가 쓰러져 있었다.
사람? 동물? 잘 보이지 않았다.
차가 후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별안간 방향을 틀어 도망갔다.
나는 뛰어가 뺑소니 차의 번호판을 확인했다.
2176. 아니, 2716. 아니... 숫자가 흔들렸다.
차가 멀어지면서 번호가 바뀌는 것처럼 보였다. 2167? 7216?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112로 신고를 하려 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움직이질 않았다.
결국 포기하고 바닥에 쓰러진 것을 확인하러 갔다.
내 모니터 안에 있던 곰 캐릭터였다.
지금은 3차원이었고 실제 곰만 한 크기였다.
아스팔트 위에 쓰러져 있던 곰은 눈을 떠 나를 봤다. 그리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날씨가 좋네요!"
같은 말의 반복. 나는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뒤돌아보니 한강이 보였다.
아직 일주일이 지나지 않았는데?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건물이 사라지는 걸 지켜봤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이에,
곰은 상체를 일으켜 "안녕하세요?", "날씨가 좋네요!"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고
사무실 건물은 물속에 완전히 가라앉았다.
그리고 꿈에서 깼다.
제 꿈 이야기를 30회까지 연재한 후에 여러분의 꿈을 듣고, 브런치에 올리려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을 참고해 주세요.
https://brunch.co.kr/@nohchangbum/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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