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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찻잔’을 만나는 세상, 월드 오브 웨지우드

[런던 빼고 영국 여행] 잉글랜드, 스토크온트렌트, 웨지우드 기념관

by 노현지


영어에 ‘not my cup of tea’라는 표현이 있다. ‘내 취향이 아니다’라는 뜻의 관용 표현으로 영국인들이 실생활에서 흔하게 쓰는 표현이라고 한다.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제각각 다른 ‘취향’을 찻잔에 빗대어 말하는 영국인들은 남들과는 구분되는 자신만의 ‘차, 혹은 찻잔(Cup of Tea)’을 각기 하나씩은 가지고 있나 보다. 물론 은유적 관용 표현이고, 나 또한 은유적으로 하는 말이다.


어쨌거나 이런 일상의 표현에도 스민 영국의 홍차 사랑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만큼 익히 잘 알려져 있다. (혹 잘 모르는 독자들이 있다면, 필자의 영국생활에세이 『낯선 계절이 알려준 것들』의 ‘애프터눈 티’편에서 자세히 다루었으니 참고해 주시길!) 그리고 홍차 사랑만큼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것이 있으니, 바로 영국의 대표 도자기 브랜드 ‘웨지우드(Wedgwood)’이다.


< 영국 대표 도자기 브랜드 '웨지우드' (출처 : 웨지우드 홈페이지) >



웨지우드는 18세기에 세워진 영국 도자기 브랜드로, 그전까지 독일 등 주변 나라의 도자기 수준에 비해 뒤처져 있던 영국의 도기 제작 수준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품질을 고급화하고, 단순한 그릇 이상의 예술성과 상징성을 담은 웨지우드의 디자인은 영국 샬롯 왕비(조지3세의 부인)에게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는데, 특히 웨지우드의 여러 제품 라인 중 ‘크림웨어(Creamware)’는 ‘퀸즈 웨어(Queen’s Ware)’라는 수식어를 쓰도록 허가받았다. 정확하게는 크림웨어라는 특정한 제품 라인에 붙여진 명칭이지만 이후로 웨지우드는 ‘여왕의 도자기’로 인식되며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고급 도자기 브랜드로 성장했다.


< '퀸즈 웨어'라 명칭을 얻은 웨지우드의 '크림웨어' (출처 : 위키피디아) >



그러나 흐르는 시간 속에서 영광은 영원할 수 없고, 홍차에 대한 사랑은 여전할지라도 과거와 달라진 생활방식 하에 근/현대 영국인들의 ‘찻잔 취향(Cup of Tea)’도 달라졌을 터, 변해가는 시대에서 재정난을 겪던 웨지우드는 여러 차례 주인의 교체와 합병 등을 겪으며 현재는 더 이상 영국 자금이 아닌 회사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웨지우드의 역사와 정신이라 할 수 있는 수많은 컬렉션들이 부채 청산을 위해 매각될 위기에 처했는데, 전통의 가치를 중시하는 영국의 여러 기금 단체 및 기업에서 기부금을 조성하여 웨지우드의 컬렉션을 사들였고, 빅토리아 여왕 부부의 이름을 따서 만든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에 기부하여 현재 영국 내의 박물관에 잘 보관되고 있다고 한다.


< 웨지우드의 역사적 제품들이 보관된 'V&A Wedgwood Collection' >



이렇게 지킨 영국의 웨지우드 컬렉션을 볼 수 있는 곳 중의 하나가 잉글랜드 중부의 도시 ‘스토크온트렌트(Stoke-On-Trent)’에 있다. 이름부터 어마어마한, '월드 오브 웨지우드(World of Wedgwood)'.


우선 ‘스토크온트렌트’는 과거 영국 도자기 산업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스토크 온 트렌트가 속한 스태퍼드셔(Staffordshire) 지역의 흙 품질이 좋아 도자기 산업이 발달하기 적합했다는 이곳에 웨지우드의 창립자인 조지아 웨지우드(Josiah Wedgwood)도 웨지우드의 공장을 세워 본격적으로 터를 잡고 세계무대로 뻗어 나갔다.


< 잉글랜드 중부 '스토크온트렌트' 위치 (출처 : 구글맵) >


이 스토크온트렌트의 웨지우드 공장이 있던 자리에 웨지우드를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공간을 마련한 곳이 ‘월드 오브 웨지우드’이다.

'웨지우드의 세상'에는 일단, 소중히 지켜낸 웨지우드 컬렉션과 웨지우드의 역사를 전시한 박물관이 빠질 수 없다. 쇼 룸(Show Room) 느낌의 '웨지우드 스토어'에서는 (소유주의 변동은 있으나)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현재의 웨지우드 제품을 구경할 수 있고, 스토어와 공간을 공유하는 ‘웨지우드 티 룸(Tea Room)’에는 웨지우드 제품에 담겨 나오는 우아한 애프터눈 티가 기다리고 있다.

더 특별하고 깊게 웨지우드를 경험하고 싶다면 직접 도자기 흙을 빚어 볼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체험 클래스 '클레이 스튜디오(Clay Studio)와 웨지우드 도자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둘러볼 수 있는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신청해도 좋을 것이다. 아, 예쁜 만큼 비싸기도 비싼 웨지우드이니, 제품들 중 일부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팩토리 아울렛(Factory Outlet)'도 잊으면 안되겠다. 이렇게 풍성한 웨지우드만의 공간으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으니, 웨지우드의 세상, ‘월드 오브 웨지우드’란 말이 딱 어울렸다.


< '월드 오브 웨지우드'의 다양한 프로그램들 (출처 : 월드 오브 웨지우드 홈페이지) >



월드 오브 웨지우드에 가기 전 내가 관심을 가졌던 곳은 팩토리 아울렛이었다. 그전까지 홍차를 자주 접하지는 못해 홍차 맛은 잘 몰랐지만 그 친척인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웨지우드’는 종종 듣는 브랜드였다. 갖고 싶지만 비싸서 차마 사지 못한 잔도 있었고, 어느 겨울엔 큰 마음먹고 겨울 에디션을 4인 세트로 마련하기도 했던 웨지우드. 아울렛이 있다하니 운이 좋다면 몇 개의 웨지우드를 더 소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다.


그리고 또 하나, 어린이를 위한 도자기 체험 클래스. 어른들은 멋진 이국의 풍경과 건물을 보기만 해도 충분하지만 아이들에겐 풍경 다음 또 풍경이 이어지는 여행은 지겨운 법이라, 약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라도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본고장에서 직접 빚어보는 도자기라니 얼마나 귀한 경험인가! 그 외의 곳들, 특히 ‘월드 오브 웨지우드’를 만든 핵심일 박물관에 대해서는, 열심히 기금을 모아 웨지우드를 구한 영국 단체들에겐 미안하게도, 시간이 되면 한 번 가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도착한 월드 오브 웨지우드는 스토크온트렌트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주거지 근처에 자리하고 있었다. 도심에 비해 최근에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외곽 마을은 무척 깨끗하고 쾌적하여 마을 도로를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 월드 오브 웨지우드가 있는 마을 전경 >



월드 오브 웨지우드 초입에는 창립자 조지아 웨지우드가 친히 나와 방문자들을 반겼다.


< 웨지우드 창립자 조지아 웨지우드 동상 >


‘웨지우드 어르신, 어르신 덕분에 예쁜 찻잔에 더욱 맛있는 차 잘 마시고 있습니다.’




▶ Clay Studio


웨지우드 스토어와 티 룸이 있는 1층을 지나, 먼저 2층으로 올라갔다. 아이들의 도자기 체험 클래스(Clay Studio) 예약 시간이 거의 다 되었기 때문이었다.


< 도자기 체험을 위한 클레이 스튜디오 >



도자기의 틀을 빚는 물레 여러 대가 한 줄로 쭉 늘어선 스튜디오에서 상냥한 미소를 장착한 선생님이 우리 아이들을 맞이해 주었다. 스튜디오의 큰 창문으로 들어오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웨지우드의 시그니처 색상인 ‘웨지우드 블루(Wedgewood Blue, 재스퍼라인의 하늘색에서 시작된 웨지우드의 시그니처 색상으로 연하늘색)’를 연상시키는 하늘색 앞치마를 입고 물레를 하나씩 차지하고 앉으니 도자기 체험이 처음인 아이들도 제법 ‘Potter’ 분위기가 났다.


< 도자기 체험 준비 완료한 꼬마 Potter들 >



‘Potter’란 도자기 그릇을 만드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로, 영어의 성(Family mane) 중 하나인 ‘Potter’는 이 직업명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Potter’를 듣자마자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포터씨가 떠올라버렸다. 해리 포터(Harry Prtter). 해리 포터는 최고의 마법사가 되었지만, 어쩌면 해리 포터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중 누군가는 도자기를 마법처럼 빚어내는 최고의 'Potter'였을지도 모를 일이리라.


해리 포터의 왕할아버지의 도자기 빚는 솜씨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이날 스튜디오에서 본 선생님의 손길은 분명 마법 같았다. 물레 판 위에 진흙 덩어리가 올려지고, 선생님이 물레 앞에 무릎을 접고 앉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을 이어갔다. 선생님이 시범을 보이자 흙덩어리가 순식간에 마법처럼 작은 화병의 모습으로 변했다. 처음 보는 물레질에 아이들 눈이 휘둥그레 반짝였다. 눈 앞에서 물레질을 보는 건 나 또한 처음이라 신기하긴 아이들과 같은 마음이었다.


<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수업을 하는 클레이 선생님 >


아이들의 차례. 선생님이 1차로 형태를 잡은 후 넘겨준 흙에 아이들 손이 닿으니 금방 무너졌다. 그러나 걱정 없었다. 다시 흙덩이로 뭉쳐 선생님의 마법 같은 손길이 닿으면, 언제 무너졌냐는 듯 흙에서 매끈한 화병이 피어났다.

반복된 시행착오를 거쳐 클래스가 끝나갈 때쯤 아이들도 무너트리지 않고 흙을 만질 수 있게 되었다.


< 아이들 손에서 형태를 잡아가는 도자기 >



물론 여기저기 찌그러진 화병의 형태는, 뭐랄까.... 아방가르드한 꼬마 Potter들의 시그니처라고 할까?! 하하. 그러나 애써 멋진 말로 포장을 한다 해도 이대로 집에 가져간다면 울퉁불퉁한 못난이 화병은 분명 어딘가에 처박힐 운명일 것이 분명했다. 웨지우드의 명예를 걸고 그리 둘 순 없는 선생님이 마지막 화룡점정의 손길을 전하나니, 매끄러운 2개의 화병이 완성되었다. 8할은 선생님이 했지만, 어쨌거나 우리 아이들의 손길‘도’ 닿은 ‘아무튼 웨지우드’ 꼬마 화병 되시겠다.


< '아무튼 웨지우드' 꼬마 화병 >



이렇게 빚은 도자기는 잘 말리고 구워서 택배로 보내준다. 한 달 정도 뒤에 2개의 웨지우드 화병은 바스(Bath)의 집에 깨지지 않고 잘 도착했고 우리집 식탁을 장식해 주었다.


< 한 달 뒤 택배로 받은 웨지우드 꼬마 화병 >



다시 1층으로 내려오는 길, 도자기 제작 공정 설명이 벽면에 귀여운 글씨체로 적혀 있었다. 안경 모양으로 된 유리 안을 들여다보니 도자기를 제작하는 공간이 보였다. 아마도 공장 견학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일 듯했다. 시간 관계상 공장 견학 프로그램은 신청하지 못했는데, 벽면의 안경으로 웨지우드 공장을 은밀하게 탐험하는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 웨지우드 도자기 제작 과정 설명 >



▶ Wedgwood Store


1층 웨지우드 스토어에 들어섰다. 화려한 무늬의 그림과, 또 그만큼 화려한 문양의 웨지우드 그릇들로 장식된 쇼 룸에는 다양한 웨지우드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미 본 적 있는 제품 라인들도 있고 처음 본 제품들도 있었는데, 공통적으로 비쌌다. 어떤 접시는 한 개에 백 만원에 육박해 깜짝 놀랐는데, 혹여나 깨트릴 까봐 가까이 가기도 부담스러웠다.


< 웨지우드 스토어에 진열된 웨지우드 제품들 >



그 와 중에 귀여운 그림으로 놀란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피터 래빗’ 라인. 그릇 주변에 깡총깡총 뛸 것 같은 토끼 인형들 덕분에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으나 붙어 있는 가격에 다시 멀어졌다. 하하. 도도하고 우아한 그릇들만 만들 것 같은 웨지우드가 이런 아기자기한 제품 라인도 만든다는 것이 이색적이었다.


< 웨지우드 피터 래빗 제품 라인 >



생활에서 쓰는 그릇을 예술적으로 승화한 웨지우드 그릇들 사이에는 도자기를 이용한 그릇이 아닌 다른 유형의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목련을 연상시키는 도자기꽃 액자와 접시를 이어 만든 동물은 진정 도자기 예술이라 불릴만 했다.


< 도자기로 만든 예술 작품들 >



▶ Wedgwood Tea Room


‘차’를 더욱 귀하게 담기 위해 태어난 웨지우드. 그곳에서 맛보는 애프터눈 티는 어떨까?

언제 보아도 융숭한 대접을 받는 기분이 들게 하는 3단 트레이와 홍차가 나왔다. 음식도 나쁘지 않았고, 홍차 향도 그윽했다. 특히, 웨지우드 팀 룸의 애프터눈 티는 두 가지 홍차를 제공했다. 커피에 비해 티 팟(Tea Pot)에 담겨 나와 양이 많은 홍차이지만 그래도 애프터눈 티의 엄청난 3단 트레이 음식들을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해서 나중에는 아껴 마셔야 하는 홍차였는데, 웨지우드는 두 가지 차를 제공하고 있어 홍차에 흠뻑 빠질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점은 음식이 담긴 3단 트레이의 그릇과 내 찻잔, 그리고 남편의 잔이 모두 웨지우드이긴 하나 제각각 다른 라인의 제품이었다는 것. 알록달록한 웨지우드 그릇들이 제각각으로 펼쳐진 테이블은 글쎄, 다소 정신이 없어 우아함이 반감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웨지우드의 다양한 그릇들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일수도 있을 것이다.



▶ Factory Outlet


애프터눈 티 타임을 마무리한 뒤에는 쇼 룸 및 티 룸이 있는 건물 맞은 편에 있는 아울렛 매장으로 향했다. 쇼 룸의 제품도 마찬가지였지만, 영국의 도자기 브랜드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서로 합병을 하다보니 매장에는 웨지우드 외에 로열 달튼, 로열 알버트 등 다른 브랜드 제품들도 함께 있다. 아울렛의 가격은 확실히 할인을 하여 쇼 룸보다 저렴했지만 마음에 드는 제품은 이미 한국집에 있는 것들이라 한 바퀴 구경만 하고 돌아나왔다.


< 웨지우드 외 여러 영국 도자기 그릇을 할인 판매하는 아울렛 매장 >



▶ V&A Wedgwood Collection


앞서 설명했던, 웨지우드의 경영권이 외국 자금으로 넘어가던 시기 영국내 여러 단체들이 기금을 모아 지킨 웨지우드 컬렉션은 별도의 건물인 ‘V&A Wedgwood Collection’에 있었다. 웨지우드의 역사와 도자기 만드는 공정, 웨지우드를 웨지우드로 만든 역사적인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이다.


< V&A Wedgwood Collection 입구 (출처 : 월드 오브 웨지우드 홈페이지) >


특정 브랜드의 박물관이 얼마나 대단할까 하는 생각으로 가볍게 들어갔다가 기대보다 다채로운 전시물 덕분에 이곳에서 꽤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다. 웨지우드의 역사이긴 하나 어쩌면 영국의 대표 도자기 제조업체로써 18세기 영국의 도자기 산업의 역사일 수도 있을 상징적인 장소. 솔직히는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적혀 있는 이국 도자기 브랜드의 자세한 역사보다 ‘우와 이거 예쁘다~’ 같은 감탄으로 돌아본 박물관이지만, 고대 로마 시대의 도자기를 재현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탄생된 ‘재스퍼웨어(Jasperware)’에서는 도자기에 대한 웨지우드의 진심과 이상이 전해졌고, 가히 예술작품이라 할만한 과거의 도자기 제품들은 아름다웠으며, 그릇 외의 장식품, 특히 도자기 말이 올려진 체스판은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 박물관 내부 모습 >
< 고대 로마의 유적에서 영감을 얻은 웨지우드의 상징 '제스퍼웨어' >
< 다양함에 흥미진진했던 웨지우드 컬렉션 >





웨지우드의 세계를 다 돌아본 뒤 그냥 떠나기 아쉬워 다시 웨지우드 스토어로 들어갔다. 홍차 사랑에서 시작된 영국의 도자기이기에 예쁘기로는 홍차잔이 최고이지만, 홍차보다 커피를 사랑하는 나는 작은 머그잔 두 개를 샀다. 건너 편에 아울렛 매장이 있음에도 쇼 룸에서 지갑을 연 꽤 패기 있는 행동이었다.


< 기념으로 구입한 웨지우드 머그잔 >



그때 기념으로 산 잔들은 아직도 잘 쓰고 있다. 월드 오브 웨지우드를 방문했던 때가 봄이라서인지, 아니면 꽃무늬가 그려진 디자인 때문인지 봄이 되면 더욱 꺼내고 싶은 머그잔. 올 봄에도 어김없이 따뜻한 커피로 내 테이블을 데워주고 있다.


< 올해 봄에도 함께하는 웨지우드 머그 잔 >


물론 그곳에서 내가 산 머그잔은 한국에서도 살 수 있다. 그러나 스토크온트렌트의 웨지우드 본거지에서 직접 사온 이 잔에 따뜻한 커피를 내려 마실 때면 잔의 무늬만큼이나 화려했던 웨지우드 스토어와 ‘웨지우드 블루’가 가득했던 도자기 체험 스튜디오, 그리고 맑고 쾌적한 스토크온트렌트의 외곽 마을이 떠오른다. 그러면 아이들의 책상에 올려진 민무늬의 단아한 ‘아무튼 웨지우드’ 꼬마 화병도 괜히 한 번 들여다보게 된다. 자연스레 그날의 즐거운 감정이 따라오고, 이로써 나는 또 한 번 월드 오브 웨지우드를 여행한다. 여행이란 실제 그곳에 머무는 시간은 짧지만 이렇게 추억으로 오래오래 달뜨게 만드는, 먼 곳의 아주 긴 인사 같다. 그래서 우리는 또 다시 여행을 갈망하나보다.




[런던 빼고 영국 여행] 잉글랜드, 스토크온트렌트, 웨지우드 기념관(월드 오브 웨지우드)

‘여왕의 찻잔’을 만나는 세상, 월드 오브 웨지우드(World of Wedgwood),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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