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Melancholy

"조금 틀어진 목표쯤이야 괜찮다"

by 노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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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바람이 불면 마음도 따라 건조해진다.
특별한 이유없이 푸석푸석 마른 마음은
옅은 우울을 부른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려오는 12월의 캐롤이 여전히 흥겨워
우울은 바닥까지 닿지 못하고 마음의 갈피를 부유한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보려 주문한 따끈한 커피가
쌉싸래하기만하여 입이 더욱 쓰다.
카페 옆 화장품샵의 달큰한 향기에 이끌려 문을 민다.
이번엔 마음 대신 건조한 손을 구제해 볼까...
보는 것 만으로도 보들보들해질 것 같은
진열대의 핸드크림들이 어여쁘기도 하다.
그 중 하나가 눈을 사로잡는다.
두 눈이 퀭한 'Sweet Melancholy'
딱 지금 나의 상태 같다.
연말의 허전함과 설렘이 뒤섞인 달콤한 우울.
하나 남은 그 핸드크림을 계산하고 가게를 나선다.
마음이 즐겁다.
역시 '소확행'은 '소비는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이 맞나 보다.

새 핸드크림을 바른 손등이 보들보들 향긋하다.
마무리 짓지 못한 올해의 목표가 아쉽고
예상보다 지체되는 또 다른 계획에 조급한 내 마음이
적당히 달달하고 촉촉한 핸드크림 덕에 부드러워졌다.

"확실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워볼까?"

나의 질문에 남편이 답했다.

"꼭 목표를 정해야 돼? 어차피 매일 열심히 사는데,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냥 살아."

이런 게 우문현답인가 보다.
목표가 있으나 없으나 나는,
매일, 매주, 매달, 매년 열심히 살았고, 살고, 살 것이다.
긴 인생에서 조금 틀어진 목표쯤이야 괜찮다.
조금 달콤한 우울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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