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치열한 2020년이 간다.

안 슬기로웠던 집콕생활

by 노현지


지난 2월, 처음으로 아이들의 학교와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다. 집 근처 대형마트에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갔기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열심히 마스크를 끼기 시작했고, 대부분 집안에 머물렀다.
12월도 얼마 안 남은 지금, 아이들의 학교와 유치원은 다시 문을 닫았고, 우리는 여전히 마스크를 끼고, 집안에 머문다.

원격 수업, 온라인 수업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올해는 학습과 생활, 놀이, 모든 것이 집에 있는 보호자의 몫이었다. 두 아이의 세끼 식사와 간식, 학교 수업, 생활지도, 놀이 등으로 나의 하루는 완전히 마비 되었다. 그것들을 집에서 올케어하면 집꼴은 늘 난장판이 된다. 그러면 당연히 해야할 청소도 한가득. 상당 부분을 못본 척 미뤄두었음에도 하루는 턱없이 짧았다.
올해는 그냥 쉬어가는 해라고 체념했다면 편했을지 모르지만 나 역시 올해 목표한 일들이 있었기에 해도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과 아이들을 챙기다 보면 큰 진척 없는 나의 일 진행에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이제 꽤 많이 자란 첫째는 공부를 봐 주는 것 외에는 비교적 수월했지만 아직 여섯 살인 둘째는 여전히 손이 많이 갔다.
매끼 밥을 한 시간이 넘게 먹고, 혼자서는 잠시도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미리 나눠준 학습꾸러미를 이용한 유치원 원격수업 활동은 보호자가 붙지 않으면 절대 아이 혼자 만들수 없는 것들 투성이었다. 그마저도 겨우 15분, 내가 책임져야할 남은 시간이 까마득하게 길었다.

한글은 늦게 배울수록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에 여섯 살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칠 마음은 추호도 없었지만 함께 시간을 때울 것이 마땅찮아 한글을 가르쳤다. 한글을 익히고 나면 혼자 책도 좀 보지 않을까, 그럼 내게 자유시간이 조금쯤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 것도 사실. 초등학교1학년 EBS 국어 방송과 한글을 그리고 오리고 이어 붙이면서 꾸역꾸역, 더듬더듬 아이는 한글을 뗐다.
그리고 어느날, 아이가 내게 편지를 써 왔다.

"엄마에게.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어요.
착한 아이가 될게요. 사랑해요. 선재가."

순간 마음이 서늘해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
종일 함께 있는 아이가 내게 사랑을 받고 싶다고 한다.
지금은 엄마가 사랑하지 않는 것 같냐고 물었다.
아이는 눈을 올려 뜨고 내 눈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는 종일 너에게 무엇을 주고 있을까?

지겹도록 반복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잔소리가 시작됐다. 빨리 좀 먹으라고, 집안에서 시끄럽게 뛰지말라고, 그만 좀 어질라고, 잠시만 혼자 놀아 보라고, 그만 좀 보채라고, 엄마도 할 일이 많다고, 나도 숨 좀 쉬자고... 그 많은 말들이 아이에게는 하나의 말로 가서 박혔나 보다.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나도 모르게 뱉은 귀찮음의 한숨이 아이를 무겁게 짓누른 것 같아 미안했다. 아프고, 부끄러웠다.
한편으론 나의 잘못만은 아니지 않냐고, 나도 기를 쓰고 버티고 있는 중이라고 어딘가에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이에게 사과하는 일.


"엄마는 선재 예전부터 쭉- 사랑하는데, 계속 혼을 내서 몰랐구나. 미안해. 엄마가 더 예쁘게, 더 자주 표현할게."

아이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져 두당탕탕 뛰어 갔다.
아이를 향해 어김 없는 잔소리가 퍼졌다.

"집에서 그렇게 뛰면 안돼~~~~~"

그뒤로 아이가 사랑한다는 말을 할때면 마음이 멈칫한다.
또다시 사랑받지 못한다는 슬픔에 빠진 아이가 사랑을 확인하려고 건네는 말은 아닐까. 내가 또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것일까. 지금 나는 아이를 충분히 사랑하고 있는가...


그렇게 치열한 한해가 간다.
여전히 아이들은 손이 많이 가고, 집은 난장판이고, 하루는 짧고, 내 마음은 조급하다. 그래도 서로를 향해 사랑의 손가락 하트를 수없이 발사한다. 때로 부족한 마음이 부끄럽고 서늘해진다해도 사랑의 표현은 전할수록 좋은 것이다.
"선재야, 사랑해.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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