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동정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림단상]겨울나무
한때는 우울을 파먹으며 글을 썼다.
더 슬프게, 더 암울하게.
겨울은 우울을 끄적이기에 좋은 계절.
날은 시리고,
나무는 황량하다.
손 닿으면 산산히 깨질 것 같은 파란 하늘 아래,
밟으면 바사삭 바스러질 것 같은 마른 들판 위에
맨가지를 뻗고 있는 나무는 더욱 그렇다.
잎이 떨어진 나무가지를 앙상하다 말하고
마른 들판을 보며 황량하다 느끼고
겨울풍경 앞에서 상실을 음미하는 마음은
오랜 세월 전해내려온 학습된 감상일까,
당연한 인간의 본성일까?
...그것은 오만이다.
인간 삶의 방식이 모든 것의 척도가 되는
지독히 자기중심적인 오만한 감상이다.
나무는 매년을 새롭게 산다.
나무에게 겨울은 상실이 아니라
다음의 계절을 맞이하기 위한 기다림이다.
올해의 붉은 성취도,
얼룩덜룩 덜 익은 미련도
모두 떨구고 최소한의 것들만 움키고
꿋꿋히 겨울의 추위를 견디는 지혜의 꿈이다.
이제 떨구어진 나뭇잎을 애석해하는가?
뿌리로 돌아가 다시 생을 시작할
나뭇잎의 내일을 욕되게 하지 마라.
우리가 동정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목적을 상실한 욕망이 탐욕인 줄 모르고
저보다 약한 존재를 짓밟는 발이 부끄러운 줄 모르는
비정한 인간성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