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그냥 그럴 때 있지 정말 아무것도 내 것 같지 않다고 느껴질 때 가만히 그대 이름을 부르곤 해 늘 그걸로 조금 나아져 모두 사라진다 해도 내 것인 한가지 늘 그댈 향해서 두근거리는 내 맘” - 양희은 <늘 그대> 가사 중에서
양희은님의 노래는 대체로 그렇지만 우연히 들은 <늘 그대>라는 노래의 가사가 가슴에 콕 박혀 떠나질 않았다. 마음이 시궁창에 처박히는 일들이 수도 없는 날들이었다. 일 때문에, 사람 때문에, 가족 때문에, 남편 때문에, 나 때문에… 그럴 때마다, 본인 때문일 때라도, 끝까지 내 곁을 지키는 이는 늘 ‘나의 그대’, 남편이었다. 나의 부글부글 끓는 속에 전전긍긍 애를 태우는 사람도 남편이었다.
호리호리한 체형의 남편이지만 남편을 뒤에서 안을 때 단단하게 꽉 차는 그 느낌을 나는 참 좋아한다. 퉁실퉁실 포근하고 따뜻한 엄마의 품과는 다른 듬직함이 있다. 이 ‘그대’가 없이도 30년을 살았지만 앞으로의 세월에 이 사람이 없어진다면 많이 슬프고 외롭지 않을까. 내게 남편은 가만히 이름을 부르면(때론 벼락처럼 부르기도 하지만) 위로가 되고, 안식이 되고, 기쁨이 되는 사람이다.
<늘 그대>의 가사처럼…
가슴에 박힌 노래에 홀려 어김없이 나의 주된 특기인 ‘한 곡 무한 반복 재생’을 실천하던 어느 날, 자려고 누운 깜깜한 방의 어둠 속에서 남편을 가만히 불렀다. “여봉봉” “응?” “여봉봉도 마음이 허전하거나 힘들 때 내 이름을 가만히 부르면 조금 나아지나?” “……응?? 여봉봉 이름을 부르면.....?” “뭐야, 그 정적, 그 반응??!!!”
기억하자, 예고 없는 일방적인 감상은 부작용을 부르기도 한다.
“에이~장난친거지. 갑자기 진지하면 이상하잖아~”
남편은 너스레를 떨며 정적의 결백을 증명하려 부단히 노력했다. 나 역시 장단을 맞춰 장난처럼 과장되게 서운해했지만 남편이 보인 정적의 절반은 진심일지 모른다. 아니 묻기 전부터 어쩌면 남편은 나와 다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리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 열에 아홉은 내 쪽에서 제기했다. 나는 문제가 있으면 끄집어내어 해결하기를 바라는 편이고, 남편은 갈등 자체를 피하고 싶어하는 편이다. 당연히 나는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사람, 남편은 지적당하고 수용하는 사람이었고 나는 덮어놓고 내게 맞추려는 남편을 때론 답답해했다. 그런 남편에게 나의 이름이 이 잔잔한 노랫말처럼 오후의 나른한 햇살을 품은 바람 같이 느껴질리는 만무했다. “여봉봉은 내 이름을 생각하면… 또 무슨 소리를 들을까 걱정되나?” “… 그런 부분이 없진 않지. 근데 뭐 내 성격이 원래 그러니까.” “여봉봉도 내 눈치만 보지 말고, 나에게 맞추지만 말고,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싫은 건 싫다고도 하고… 그래서 이렇게 이름만 떠올려도 편안해지는 그런 부부가 되면 좋겠다.” 일생을 함께할 나의 반쪽이 내 눈치를 보며 불편해 한다는 건 서글픈 일이다. 원래 남편의 성격 탓이라 해도 내가 편치않게 느껴진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남편이 늘 괜찮은 척하는 자신의 진짜 마음을 풀어내려면 당분간 나는 내안의 개혁정신을 잠시 다른 곳으로 보내 두어야 할 것 같다.
‘나도 그래’, 라는 말을 기대했지만 그보다 더 값진, 그대의 ‘늘 그대’가 되기 위한 또 한 걸음. 오늘은, 우리들의 11번째 결혼기념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