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지나가는 ‘레이(Ray)’ 자동차를 볼 때면 이제는 나이를 먹지 않는 친구의 동생이 생각난다. 그것은 그 아이의 첫번째 자동차이자 어쩌면 그녀가 이곳에서 누렸던 마지막 자유. 실은 더 큰 자유를 꿈꾸고 있었다. 휴가를 길게 낼 수 없는 직장을 다녔던 그녀가 모처럼 운 좋게 일주일의 연말 휴가를 받고 큰 결심으로 준비한 유럽여행을 2주 앞둔 날이었다. 떠나지 못할 것을 알게 된 날이, 아니 떠나게 될 것을 알게 된 날이. 하고 싶던 것을 꾹꾹 참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더 꾹꾹 참고 다들 이정도는 힘드니까 하고 외면했던 그녀 안에 언제 그렇게 나쁜 덩어리들이 들어찼을까… 파리에 가면 에펠탑을 보고싶다 했던 그녀는 끝내 그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바람을 타고 우리를 떠났다고 했다.
바람이 좋은 날이면 문득 궁금해진다. 지금쯤 그 아이는 바람을 타고 파리의 에펠탑에 닿았을까? “언니, 파리는 구름도 하트모양이예요.” 하늘색 솜사탕을 두 움큼 떼어 섞은 포슬포슬한 목소리로 밝게 웃을 웃음이 보지 않아도 선한 파리의 하늘.
‘마지막’은 아주 멀리 있고 미뤄둔 ‘다음’은 언제나 오는 듯하지만 누군가의 마지막은 불현듯 닥쳐오고 다음은 오지 않았다. 그 누군가가 내가, 우리가 될지도 모른다. 마음에 품은 모든 것을 당장 행하기에 우리의 하루는 몹시도 짧아 미루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예고 없는 ‘마지막’이 왔을 때 ‘다음’에 맡긴 것이 너무 큰 의미는 아니기를. 오늘, 마음으로만 품었던 생각들을 꺼내어 시작을 시작해 보기로 한다. _ PS. 매주 일요일마다 그리고 써온 그림에세이를 마칩니다. 아이패드를 처음 펼쳐 들고 그 좋은 액정 위에 직선과 동그라미 밖에 그릴 줄 몰랐던 새벽이 생각납니다.
여전히 미흡하고 서툰 그림들이지만 저에겐
큰 도전이었고, 발전이었고, 즐거움이었습니다.
또 다른 도전이 떠올라 첫발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간 그림에세이의의 그림과 글에 공감하며 읽고 남겨주신 소중한 마음 감사합니다. 곧 다른 이야기로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