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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iYi Oct 20. 2015

그 장면, 괴물이 된 한 청년을 돕기 위해 모인 그들

돌연변이 _ 권오광, 2015


여기 다섯 사람이 있다. 다큐멘터리 PD, 변호사, 아버지, 여자친구, 그리고 생선인간. 이들은 느닷없이 생선이 되어 버린 청년 박구와 그를 돕기 위해 모인 조력자들이다. 구는 변변한 직업도 없이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던 백수였다. 돈을 벌기 위해 제약회사의 생체 실험에 참가했다 봉변을 당한 그는 PD 상원과 여자친구 주진의 도움으로 갇혀 있던 회사에서 가까스로 탈출해 세상에 알려진다. 그의 모습이 작금의 청년 세대를 대표한다며 동정 여론이 쏟아지고 이는 사회 현상으로까지 번지지만 웬일인지 어느 순간부터 언론과 세상은 그로부터 매몰차게 돌아선다. 게다가 그를 돕겠다고 나선 이들도 다들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어 보인다.



다큐를 찍는다던 상원은 사실 특종을 따내야만 하는 방송국의 수습 기자고, 스타 인권 변호사라는 김변은 이미지 메이킹에 능한 '뒷구멍' 협상의 대가다. 생선이 된 아들을 보자마자 뒤통수부터 후려치는 아버지는 유일한 가족이지만 목소리만 큰 채 무기력하다. 웹상에서 유명한 악플러인 여자친구는 구를 위해 싸우는 건지 그냥 불만 섞인 반항인 건지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든든한 정의의 사도인 줄만 알았던 이들의 면면이 이러하니, 이 '대한민국 어벤저스'의 팀워크가 삐걱대지 않을 리가 있나. 그리고 그 사이, 관음적일 정도로 유난이던 세상의 관심은 놀랄 만큼 빠르게 식어간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대응'에 대한 영화였다면 돌연변이는 '반응'에 대한 영화다. 이 영화는 마치 봉준호의 괴물이 국가의 형편없는 대응과 소시민의 힘겨운 싸움에 집중하느라 단편적으로밖에 다룰 수 없었던, 이 사회의 '괴물'을 둘러싼 세상의 단면을 들춰낸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슈가 등장했다 하면 온 나라가 호들갑을 떨다가, 어느새 편을 갈라 누군가는 돈을 세고 누군가는 빨갱이로 몰린다. 그리고 절대 다수는 금세, 침묵하고 잊는다.


신인 권오광 감독의 이 패기 넘치는 데뷔작은 뜬금없고 생소한 '생선이 된 남자'를 다룬 이야기 속에,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 등 근래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통해 익히 보아왔던 '대한민국'의 익숙한 풍경을 담아낸다. 여기엔 언론, 정치권, 법조계, 의료계, 청년세대, 기성세대 등의 제각기의 반응들에다, 비정규직 문제, 대기업의 횡포, 심지어 외모지상주의와 여혐 이슈까지 우스꽝스럽게 녹아있다. 그것도 아주 익숙한 '충무로스러운' 이야기 구도 속에 말이다. 이 영화를 둘러싸고 온갖 반응들이 신랄하게 쏟아진다면, 그야말로 감독이 의도한 바에 정확히 부합하는 결과일 것이다. 봉준호의 플란다스의 개와 장준환의 지구를 지켜라! 이후 가장 주목받아 마땅한 데뷔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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