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 _ 미카엘 하네케, 2012
'사랑(아무르, Amour)'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를 보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에도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했었다. 특히 조르주가 처음 안느의 이상 증세를 눈치채는 장면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상 깊게 남아 있다. 인물도 카메라도 전혀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 이 시퀀스에서 조르주의 긴박함을 드러내주는 건 당황한 그가 미처 잠그지 못한 부엌의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물소리이다.
안느, 왜 그래? 왜 그러는 거야?
Anne, qu'est-ce qui se passe? Qu'est-ce qu'il y a?
음악이 많이 쓰이지 않은 이 영화는 역으로 관객들이 크고 작은 여러 소리들에 반응하도록 만든다. 거동이 불편한 조르주가 천천히, 하지만 최대한 빠르게 상황을 대처해보려 노력하는 동안, 조용한 집 안에 울려퍼지는 물소리는 그 어떤 부산스러운 연출도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힘든 감정들을 만들어낸다. 이 영화의 태도는 선뜻 무언가를 행하기 보다,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것이다. 주인공들의 최소한의 움직임은 그들이 견뎌왔을 생의 시간을 무엇보다 '영화적인' 방법으로 재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