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고민할 때 하는 질문
이직을 고민하는 지인이 찾아오면 먼저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있지만, 크게 사람과 직무, 회사 이 세 가지로 나눈다. 만약 상황이 잘 정리되지 않으면 다음의 질문으로 지인과 얘기를 나누곤 했다.
첫째. 현재 회사에서 만족할 만한 급여를 받고 있는가.
일터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전체를 100이라 생각하고 다음 세 가지(소득, 자아실현, 사회적 기여) 요소에 점수를 주자. 근속연수가 5년 미만일 땐 자아실현이 절반 혹은 그 이상으로 컸다. 지금의 나는 소득이 75를 차지한다. 일로 이미 자아실현은 어느 정도 했거니와 월급은 단순히 생계 유지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조직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는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리트머스지이기 때문이다. 리더의 인정이나 동료의 칭찬과는 달리, 소득은 명백히 눈 앞에 나타나는 결과다. 조직이 성장하는 단계에 있다면 당장 월급이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여러 방면에서 가능성을 느낄 수 있다.
둘째. 조직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식이 합리적인가?
회사는 인원에 상관없이 어떠한 일도 벌어질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성과 관련한 비위, 갑질 등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게 가장 좋지만, 그럴 수 없다면 해결방식이 더 중요하다. 그 모습이 회사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실을 은폐하고 거짓으로 버팅기거나 허술한 사과문을 쓰는 조직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특히 직장 내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있는 사건에서 매뉴얼대로 하지 않고 가해자를 두둔하는 형태는 최악이다.
셋째. 조직에서 내가 원하는 지점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은가?
세 번째 문항은 첫째와 둘째에 비해 자신과 회사 전체를 함께 둘러봐야 한다. 일단, 내가 이 조직에서 도달하고 싶은 지점이 무엇인지 자문해본다. 높은 연봉이든 매해 다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든 수치화할 수 있는 목표나 업계가 기억하는 성공적인 캠페인 등 그게 꼭 원대할 필요는 없다. 더불어 내 안에 그런 목표가 있는데, 이 회사에선 그걸 달성해줄 수 없다는 답이 나오면 오래 있을 이유가 없다. 이 세 번째 문항에서 나와 회사를 조금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저 막연히 ‘이 회사는 비전이 없어’가 아니라, 나는 이런 목표를 갖고 있는데, 회사는 이러이러해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게 이 회사에 계속 남을지 말지를 판단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셋 모두 해당하면 쓰리 스트라이크 아웃. 하지만 하나의 문항도 그 중요도가 적지 않기에 옐로카드로 생각하자. 이직이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불어 이직을 잘하는 사람이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뿐더러 사실 '이직을 잘 한다'는 개념도 모호하다. 다만, 이직 관련해 고민하는 지인들의 얘기를 듣다가 꼭 덧붙이는 말이 있다. 나 자신을 해치면서까지 다녀야 하는 회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