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캔 스피크, 용기와 정신

나문희, 이제훈 주연의 영화 '아이 캔 스피크'

by 중앙동 물방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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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캔 스피크’는 예상을 뒤엎거나 옆으로 새는 일 없이 순조롭게 흘러간다. 대립구조를 지닌 인물들은 둘도 없는 사이가 되고 원리와 원칙을 중요시하던 딱딱한 인물은 알고 보니 좋은 사람으로 밝혀지며, 위기의 순간엔 중요한 인물이 짠하고 나타난다. 후반부에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감동을 자아내는 장면이 갈수록 많이 나오는 것도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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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캔 스피크’는 CJ문화재단이 주최한 ‘위안부 피해자 시나리오 공모작’에서 수상한 작품이다. 나는 위안부 피해자를 돕기 위한 팔찌나 뺏지를 기회가 될 때마다 구매하곤 했다. 한데, 그렇게 함으로써 그분들과 거리 두기를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눔의 집과 일본 대사관 앞에 계시는 분들만 위안부 피해자라고 생각해왔던 건 아닌가. 위안부 피해자는 정부가 조사할 때 대부분 드러났고 리스트에 있는 분들이 전부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등록되는 순간 그들은 한 그룹으로 묶인다. 개개인의 이름 대신 ‘위안부 피해자’로 불리며 개인의 아픔은 전체적으로 뭉뚱그려 취급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놓쳐서도 개인의 고통을 괄시해서도 안 된다. 그분들께도 ‘등록되지 않을 권리’, ‘말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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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을 발의하고 주도한 사람은 일본계 미국인인 민주당 마이클 혼다 의원이다. 일본계인 사람이 어째서 결의안을 발의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 찾아보았다. 그는 영아기 때 태평양 전쟁을 겪으면서 일본계 강제 수용캠프에서 지냈다. 그래서인지 일본에 제2차 세계대전 중 전쟁범죄에 대한 사죄와 보상을 촉구하기도 하고 미국 내 무슬림 차별에 반대하며 그들의 권리를 주장해왔다. 그는 이 결의안에 관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나라를 방문해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피해자들과 만나기도 했다.


‘아이 캔 스피크’에선 등장인물들이 서로 미안해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당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당신을 만나지 않으려고 해서 미안하고, 더 따뜻하게 보듬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별일 아닌 일에도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달고 사는 게 우리네 삶이다. 피해자는 지울 수 없는 아픔을 감내하고 이겨내며 강한 정신과 용기로 말할 수 있었다. 이제는 일본이 말할 차례다. 일본 정부는 시인하고 사과하고 책임져라. 우리는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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