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받아들이는 노력에서부터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영화 '빛나는'

by 중앙동 물방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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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코는 시각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영상 해설을 쓰는 작가다. 화면에서 보이는 것을 글로 담되, 본인의 생각을 모두 표현하면 듣는이에게 감정을 주입하는 것처럼 되고 그렇다고 알아서 느끼도록 말을 줄이면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아 불친절한 해설이 된다. 작가이긴 하지만 소설가나 영화평론가와는 다른 글을 쓴다. 앞을 볼 수 없는 이들 앞에서 여러 번 시사를 하지만 그럴 때마다 번번이 혹평을 듣는다. 사진작가 나카모리는 점점 시력을 잃어 간다. 앞을 볼 수 없는 점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려는 노력은 양쪽 모두에게 중요하다. 영화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각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체화하는 과정을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이 그들의 새로운 삶의 시작점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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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이해할 수 없으나 타인의 신발을 신고 걸어보려는 노력과 소중한 것을 잃는다는 그래서 어떤 건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모두 자신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로다. 그래서 영화 '빛나는'은 멜로보다는 성장영화로 느껴졌고 둘의 키스씬은 다소 부자연스럽게 다가왔다.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는 영화 속 영화의 대사처럼 - 하지만 중요한 것처럼 계속 주입하는 느낌이 들었다 - 영화의 제목인 '히카리'는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또 둘을 잇는 매개체이자 성장의 결과물로 그려진다.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프로듀싱과 '앙:단팥 인생 이야기'의 연출을 맡은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작품이라 보러 갔지만 영화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모든 일본 감독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요즘 일본 영화는 유독 '빛'에 대한 집착이 느껴지는데 '빛나는'은 빛 자체가 중요한 소재로 작용하다 보니 영상미를 높이는 데 큰 노력을 들인듯 하다. 대신, 시력을 잃어가는 포토그래퍼나 시각을 잃은 사람을 위한 영상 해설자의 사랑이라는, 소위 장애가 있고 없는 이의 연민과 사랑 사이의 감정을 다룬 게 다소 진부한 클리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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