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배고픔 해결하기

일본 다카마쓰 호텔 '도미인 다카마쓰 호텔'

by 중앙동 물방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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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우동이 나올까?’ 호텔에 체크인하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사누키 우동의 본 고장답게 과연 그랬다. 조식의 우동은 면발이 쫄깃하고 국물은 짭조름해 맛이 좋았다. 우동 외에 유부초밥, 김밥, 크루아상, 와플, 토스트, 오믈렛, 과일, 요거트, 감자 샐러드, 바닐라 푸딩 등이 있었는데 이런 걸 어찌 다 외우냐 싶겠지만 사실 제가 다 먹은 메뉴입니다. 이 센스 넘치는 호텔은 커피도 무료로 제공한다. 일본에 오면 침대에 눕기 직전까지 목구멍에 무언가를 밀어 넣어 나의 위(胃)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낙타의 혹처럼 여전히 두둑하다. 아무래도 아침 먹을 배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뭐가 나오는지 궁금해하는 순간 이미 1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있었다.


호텔에선 야식도 제공한다. 그것도 매일 조금씩 다르게. 이 호텔은 투숙객의 허기를 1초도 허용하지 않는 것 같다. 잠들기 두 시간 전에 무언가를 먹으면 소화가 안 되고 다음 날 자괴감이 든다는 건강 코너 1면을 보지 않는지도 모른다. 호텔 사장은 점심시간마다 수돗가에서 물로 배를 채우던 유년시절의 기억을 토대로 이런 서비스를 마련한 게 아닐까. 어쨌든 나는 밤 9시부터 두시간 동안만 제공하는 야식 소바를 먹기 위해 오후 5시에 저녁을 먹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그런데도 배가 불러 결국 둘이서 하나를 나눠 먹었다. 이튿날은 2016년의 마지막 야식이라 새우튀김이 들어간 특별소바가 나왔는데 이날은 전날보다 더 높은 참여의식으로 4끼를 먹었기에 야식 소바를 먹었다간 다음날 귀국길에 오를 수 없을 것 같아 포기했다(그날 대욕장에 아랫배가 구형 컴퓨터 모니터의 형상을 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아무튼 이 호텔에 묵는다면 전생의 배고픔까지 해결할 수 있을 기세다.


대욕장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일본 비즈니스 호텔의 그 좁디좁은 고시원 같은 방에 여지없이 욕조를 집어넣는 일본인의 목욕 문화에 경의를 보낸다. 호텔 11층에 대욕장이 있어서 객실에는 욕조가 없다. 대욕장은 크진 않지만 실내탕 외에도 노천탕까지 있어서 겨울밤에 은은한 조명이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잔잔한 노래가 흘러나오면 그 누구라도 한 해를 돌이키며 반성하게 된다. 여성 대욕장엔 브랜드 샴푸와 컨디셔너, 바디샴푸까지 있다(츠*키) 객실은 작지만 필요한 건 거의 다 있다. 일본인에게 관을 갖다 줘도 그 안을 미니 드라이어와 녹차 티백으로 야무지게 꾸며놓을 사람들이야.


호텔 곳곳에서 그들의 섬세함이 느껴진다. 머리에 배는 담배 냄새를 흉악범처럼 싫어한다는 걸 그들이 알아챘는지 객실에는 냄새 제거제(페브리*)가 있고 칫솔과 치약, 머리빗, 면도기도 있다. 칫솔은 세 번 이상 쓰긴 힘들 것 같다. 아니 쓸 수는 있는데 쓰고 나면 입 안이 겨우내 입은 캐릭터 내복 무릎처럼 해져있겠지. 무엇보다 좋은 건 유카타(?)로, 바지가 딱 맞아서 정말 좋다. 어떤 호텔은 입으면 허리를 묶을 수도 없고 아빠 바지 몰래 입은 것처럼 줄줄 흘러내려 대욕장이라도 가려고 하면 수건과 함께 바지를 부여잡고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대체 어느 일본인이 그런 바지를 입을 수 있단 말인고)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원하는 것이 모두 있다. 도미인 다카마쓰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그렇다. 그만큼 작기도 하지만 정말 필요한 것이 다 있다. 물론, 복도에 있는 맥주 자판기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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