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세부 '래디슨 블루 호텔(Radisson Blu Cebu)'
6월의 세부는 체감온도가 40도인 데다 습하기까지 해서 불쾌지수가 최고치를 찍는다. 최단거리를 고려해 움직이고 가능한 뙤약볕 아래를 걷지 않는 게 세부를 덜 덥게 여행하는 비결이다. - 덥지 않게 여행하는 비결은 없다 - 더운 시기에 보다 더운 나라를 여행할 땐 호텔의 수영장에 집착하는데 래디슨 블루의 수영장이 괜찮다는 평을 보았다. 사람들은 어딜 가든 비슷한 수준의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에 체인 호텔을 선택한다. 래디슨 블루도 기대에 부흥했다. 새벽 한 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리셉션이 차분하게 체크인을 진행했고 이틀 동안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조식은 SM몰에서 먹었다. SM몰의 푸드코트를 가면 현지인들과 어울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무언가 사려고 기대하진 말고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음식을 먹고 더위 피하기엔 충분하다.
뫼벤픽 리조트에서도 수영장을 이용했지만, 수질이나 수영장 크기로 보면 래디슨블루가 훨씬 낫다. 래디슨 블루의 수영장은 야외에 있는데 벤치의 수도 넉넉한 편이고 당시 투숙객도 그리많지 않아 아침에 수영하러 나가서 맥주 한잔을 마시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상주하는 직원이 있어 주문도 쉽고 수영장 관리도 잘 되고 있었다.오후에 시내 구경을 마치고 아쉬운 마음에 야간 수영을 했는데, 이때도 은은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시내에 있는 산토 니뇨 성당까지는 택시로 20분 정도 걸린다. 성당 주위는 도보로 이동할 수 있지만 다시 호텔로 오려면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작은 버스(지프니)나 택시를 타야 한다. 지프니는 이용방법을 모르고 상당히 더운지라 선뜻 타고자 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택시는 타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경쟁률이 엄청나다. 그래서 시내에는 택시를 잡아주고 돈을 받는 청년들이 곳곳에 있다. 어디에나 젊은이들이 밥벌이를 위해 이렇게 스스로 직업을 만들고 있다. 젊은이에게 패기나 열정 따위를 운운하는 사람은 이런 모습을 보고도 과연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궁금하다. 택시 잡기는 조금 힘들어도 시내에 오지 않았으면 아쉬웠을 것 같다.
필리핀의 1인당 GDP는 3,000달러 정도다. 그야말로 평균이니 이보다 더 못 받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한 달 월급으로 25만 원을 받는다고 치면 우리나라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머문 호텔은 1박에 13만 원이었다.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GDP가 낮은 나라에 가서 좋은 호텔에 머물 때마다 이 차이에 관해 생각하는 걸 멈출 수 없다. 호핑투어를 하며 알게 된 필리핀 친구가 한국에 놀러 가고 싶다고 말할 때, 좋다고 하면서도 더 독촉할 수 없는 건 분명 이런 생활 수준의 차이를 그와 내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노르웨이 친구와 이야기한대도 비슷할 것이다. 한달 월급에 해당하는 리조트를 머무는 나와 필리핀 GDP의 약 56퍼센트가 서비스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기사. 그 사이에는 호핑투어를 함께 한 젊은 친구들의 노동력이 자리하고 있을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