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선의가 있는 건 아니었다. 2009년부터 월급의 몫을 조금 떼어 누군가를 도우면 어떨까 생각했던 것뿐이다. 순전히 내 기쁨과 만족을 위한 행위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돈을 조금 더 벌게 되면 그때마다 한 명씩 더 도와볼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두 명으로 그쳤다. 수를 늘리기보다 지금 후원하는 이들을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순간까지 끝까지 돕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월드비전과 플랜코리아에서 아동 후원을 하고 UNHCR에서 긴급 구호키트를 정기 기부해왔다.
기부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 의심하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아동 발달 보고서와 기부금 사용 내역을 정기적으로 보내온다. 단순히 어떤 단체에 하는 기부는 특정 사람이 눈에 그려지는 게 아니라서 내 주머니 상황이 좋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줄이자는 생각이 든다. 반면 아동결연의 경우, 특정 아동과 편지도 주고받으며 1:1로 교감하기에 기부를 쉬이 그만두기 어렵다. 당장 오늘 저녁 먹거리를 사지 못할 만큼 상황이 어려워진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통장에 찍힌 3만 원이라는 숫자 저편에 있는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깨끗한 물을 마시고 살아가야 하는, 그럴만한 권리가 있는 아이가.
천재지변이 도시를 휩쓴 후 방송사들이 앞다투어 이재민 모금함을 열고 생중계하는 걸 본다. 정치권이나 기업에 거하게 몸담은 사람들의 반명함판 사진과 기부금 액수가 화면을 가득 차지한다. 화면을 가리키고 그들의 저의를 꼬집으며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있다. 앉아서 비웃기만 하는 사람보다는 의도가 어찌 되었든 기부하는 사람이 결과적으로 사회적 선을 행한다고 생각한다. 방송사에서 그 돈을 정확히 어디에 어떻게 전달하고 제대로 쓰이는지는 항상 의문이지만 말이다.
반려인은 군인권센터에 오래 전부터 기부해왔다. 나는 여성민우회에 후원하고 있다. 관심 있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일을 열심히 하시는 분께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회원이 되었다. 메일로 여성 이슈 관련 소식을 접할 수 있고 간혹 강의에 참여하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어 유익하다. 내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추구하고 관심 있는 이슈에 함께 행동하는 데에는 월 1, 2만원으로 가능하다.
나에게 기부는 나 외의 것, 내 주변의 환경에 관심을 두는 일이다. 나에 대한 관심을 타인에게 돌리고 타자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되는 순간, 남의 문제가 아닌 우리 문제로 함께 고민하게 된다. 기부나 후원은 단순히 돈을 지불하는 일에 끝나지 않고 내가 사회에 더 많이 관심을 쏟고 행동하겠다는 의지를 자신에게 지속해서 각인시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