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의 최선

by 중앙동 물방개

나는 물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다. 예전엔 새우를 좋아했는데, 소나 돼지 등 육류를 먹지 않으면서 외식 때 어쩔 수 없이 새우를 자주 먹자 지겨워졌다. 비건을 지향하되 해산물을 마지노선으로 둔다. 반려인은 육식한다. 내가 비육식을 선언하기 전에도 우린 고깃집을 자주 가진 않았고 가서도 둘이서 고기 2인분에 냉면 하나를 시키는 게 고작인, 고깃집 매출에 별로 도움 되지 않는 인간들이긴 했다. 하여 내가 육류를 먹지 않는다 한들 나로 인해 소비될 고기의 양이 눈에 띄게 줄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육류를 먹지 않는다고 선언함에 따라, 늘 당연하게 먹는 거라 여기던 사람들의 관념에 작은 도끼를 던지는 데에 의미가 있다.


반려인에게 고기가 먹고 싶으면 팀 회식처럼 지인들과 식사할 때 먹으라고 했더니 그리한다. 올해는 내가 재택근무를 하고 반려인은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같이 식사하는 건 주말인데 고기가 필요 없는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 최근엔 탕수버섯과 애호박 파스타, 순두부 전골 등을 그가 만들었다. 언젠가 반려인에게 물은 적이 있다. “당신은 육식을 부정하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왜 육식을 해?”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지행합일이 안돼”


그의 최근 관심사를 알고 싶으면 사는 책을 보면 된다. 그 여파로 집에 무수한 페미니즘 서적이 꽂혀있다. 우리가 읽은 책이나 얻은 지식 양만큼 그것이 행동으로 전이된다면 그는 이미 엄격한 비건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는 지식인의 의무 중 하나가 채식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말하는 건 쉽지만 말대로 사는 건 어렵고 나 또한 비건으로 가는 길 위에 있다.


외식할 땐 고기 아닌 메뉴가 하나라도 있는 곳을 간다. 순두부 찌개집에서 그는 곱창 순두부를 나는 해물 순두부를 먹는다. 돈가스 집에 가면 그는 돈까스를 먹고 나는 에비동이나 생선까스를 먹는다. 여름에 냉면을 먹으러 갈 때 육수는 그냥 먹고 고명으로 나오는 고기는 바로 골라서 반려인의 그릇에 둔다. 엄격한 비건으로 항상 살 순 없어도 그러한 지향점에 나를 두고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육류도 물고기도 들어가지 않은 반찬을 만들고 인터넷에서 비건 김치를 주문하여 먹는 것처럼. 나의 신념을 상대가 함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나무라지 않는다. 내 생각만 옳다, 내 가치관이 맞는다는 생각은 관계에서 별 도움되지 않는다. 내가 그에게 채소만 먹으라고 하지 않고 그 또한 고기를 내게 먹으라 하지 않는 것, 우리가 함께 식사할 때 서로가 먹을 수 있는 것을 먹는 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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