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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네이 Oct 18. 2021

숨은 단점 찾기 금지

7월 21일 같이 저녁 먹은 날

나는 사람들에게 반려인에 관해 잘 얘기하지 않는다. 나에 관한 이야기는 그게 무엇이든 나로부터 시작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지인과 오랜 시간 서로의 일상에 관해 이야기 나누다 보면 그를 제외하고 말할 순 없을 땐 얘기하는데, 여기엔 룰이 하나 있다. 반려인을 비난하는 말은 되도록 삼간다.


그도 평범한 사람이라 부족한 점이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도 있다. 그런데 개선을 원하면 당사자에게 얘기하면 된다. 간혹 그의 단점이나 연애 혹은 결혼 후 힘든 얘기를 말해달라고 하면 딱히 없다고 하고 화제를 전환한다. 진짜 궁금하거나 도움을 주고 싶어서라기보다 타인의 불행을 자신의 낙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에겐 일말의 여지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저런 질문을 하는 이가 모두 나쁜 의도가 있는 건 아니겠지만, 만날 때마다 같은 질문을 한다면 한번 생각해보자.


그에 관한 부정적인 이야기도 입에 잘 담으려 하지 않지만, 칭찬 또한 마찬가지다. 애초에 자랑하는 행위가 익숙하지도 않고 그를 자랑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내가 잘살면 그게 모든 것을 말해준다. 반려인과 함께 일하는 사람은 어차피 그의 장단점을 어떤 형태로든 알고 있을 거고 그를 모르는 이는 모르기 때문에 딱히 말해주지 않아도 된다. 내가 자랑해서 얻을 수 있는 건 부러움에 기인한 시기밖에 없지 않을까.


회사에서 가끔 함께 일해보고 살아보건대 분명 내 눈에만 보이는 장단점이 있다. 그렇다고 그에게 당신 단점은 이런 것 같다고 굳이 말하진 않는다. 잘못된 행동을 하면 그게 왜 잘못되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할 뿐이지 그 사람 자체를 싸잡아 말할 필욘 없다. 내가 조금 더 유심히 살피고 발견하는 건 나만이 볼 수 있는 그의 습관과 노력이다. 취향이 자주 바뀌는 게 자신의 취향이라고 내건 블로그의 본인 소개와는 달리, 그는 오래도록 꾸준히 해오는 것들 대부분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궁금한 주제가 있으면 다소 많다 싶을 책을 한 무더기 사서 읽고 메모하며 매일 여러 신문사의 신문을 사서 읽고 스크랩한다.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긴 하지만 몇 년째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기를 쓰고 퇴고한다. 마작도 체스도 야구도 좋아하는데 그것을 잘한다고 아는 척하기보다 본인이 재밌게 즐기고 지인들이 원하면 열심히 알려준다. 타인에게 자랑하기 위해 어떤 정보를 습득하는 게 아닌, 본인의 앎과 즐거움을 위해 공부한다.



냉면으로 저녁을 하는데 처가 오늘 하루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고된 점, 예정된 프로젝트의 막막함, 하지만 해낼 거라는 다짐과 그래도 피곤한 건 사실이라는 이야기였다. 듣기만 해도 고단함이 느껴졌지만 그걸 해내는 게 또 자랑스럽고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처의 이야길 듣고 답했다

"당신의 일 이야기엔 타인이나 외부의 적이 등장하지 않는 공통점이 있어. 당신은 지난날의 자신을 적으로 두고 자아를 단단하게 만드는 사람 같아"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적어도 나는 타인이 잘 모르는 이 사람의 장점을 발견하며 살고 싶다. 상대의 단점을 굳이 드러내거나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이야기 같은 건 하고 싶지 않다. 남들은 눈치 못 채는 장점을 들여다보며 늘 그 장점을 처음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 2021년 7월 21일 반려인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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