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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금비 Oct 22. 2023

명상이 괜히 타이탄의 도구가 아니었어

"기존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나의 새로운 여정에
늘 함께할 든든한 도구 하나를 얻었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명상은 왜 하는가.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찾는 사람들이 물론 많지만, 요즘은 성공한 사람들이 필수로 한다고 해서 그저 따라서 하는 경우도 많다. 목적을 위한 명상도 물론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명상의 본질을 알게 되면 오히려 성공에 대한 집착이 사라진다. 집착이 사라지면 난 오늘도, 아니 지금 당장도 성공하는 내가 될 수 있다. 삶의 기준이 미래의 막연한 성공에서 현재에 깨어있는 상태 그 자체로 바뀐다. 삶의 주체가 비로소 내 것이 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데 든든한 마음까지 든다. 명상은 타이탄의 도구가 확실하다.



내가 만약 명상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까지도 남들 시선을 의식하고 미움받을 용기 하나 없이 사람들이 하는 말에 쉽게 상처받으며 살았을 거다. 나의 기분과 감정을 제대로 표현도 못 하고 매일을 끙끙대며 남의 기준에 나를 맞추면서 살았을 것이 분명하다.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하며 그다음 나이대에 맞는 삶을 만들어내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았을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난 지금 평온하다. 쌓아놓은 돈도 없고 보장된 미래도 없지만 그 언제보다도 지금 이 순간이 평온하다. 나에게는 그 느낌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것. 어떤 부정적인 상황과 감정이 와도 쉽게 털어내고 미소 지으며 현재를 사는 여유 있는 태도. 그 태도를 유지하는 것 자체에서 난 이미 성공한 삶이며 나는 그 성공의 성취를 매 순간 느끼고 있다.




초록색 병, 하얀색 병, 갈색 병, 보라색 병… 눈을 뜨면 매번 다른 종류의 술병들이 바닥에 굴러다녔다. 두터운 암막 커튼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빛으로는 몇 시쯤 됐는지 알 수가 없다. 머리에는 수백 권의 자기 계발 메시지가 외치는 소리가 윙윙대며 돌아다녔지만(하면 된다! 게으름은 적이야! 아니야 게을러도 괜찮아, 그냥 딱 한 번만 움직여보자!), 정작 내 몸은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나는 루저 중의 루저였다. 재수하기 싫어서 미국으로 홀라당 도망가 버리더니, 그때부터 알아봤다. ‘고스펙 백수’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나 자신을 더 고립시켰다. 이렇게 불쾌한 아침을 맞이한 지 한 달째, 그때 나는 내 인생 처음으로 ‘바닥’을 감지했다. 그 차갑고 딱딱한 바닥에 쿵하고 떨어져 보니 온몸에 엄청난 충격이 전해졌다. 지잉-하는 진동에 나는 10년도 더 된 과거 기억 하나가 스쳤다. 가만히 눈을 감고 앉아 미소를 띤 20대 초반의 ‘명상하는 나’가 보였다. 갑자기 머리 위에서 동아줄이 내려오는 듯했다. 이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강한 직감과 함께. 나는 그 동아줄을 움켜쥐고 그때부터 미친 듯이 명상에 빠졌다.


과거 명상을 만나고 얼마 안 지나 느꼈던 ‘찰나의 행복’이라는 강렬한 경험을 느끼기 위해 시작된 명상. 백수생활 덕분에 낮밤 상관없이 무작정 눈을 감고 명상을 했다. 하나에 꽂히면 끝까지 파는 편인 나는 마치 이 세상의 명상법을 모두 섭렵하겠다는 패기로 온갖 명상 책과 유튜브 영상을 뒤져댔다. 그러는 중에 명상법을 발견하면 바로 눈을 감고 무식하게 한두 시간 동안 앉아있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명상에 미치기를 두 달쯤 지났을까, 전보다 나 자신이 부정적인 감정에서 많이 벗어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쿠팡 물류센터 알바 덕분에 씨게(?) 와버린 현타를 통해 과거의 영광에 취한 나 자신을 또렷이 볼 수 있었던 것도 명상 덕분이었다. 그렇게 명상 동아줄을 타고 나는 조금씩 지상 위로 떠올랐다.


▼쿠팡 물류센터 알바를 통해 얻은 깨달음 이야기▼

https://brunch.co.kr/@nohkeumbi/40




명상을 만나고 나는 참 많이 변했다:


1. 나 자신과 많이 친해졌다. 나는 나를 방치해 두기 일쑤였는데,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보다 남의 목소리에 의존을 많이 했다. 내 인생의 주체를 타인에게 떠넘긴 상태로 평생을 살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나에게 용서를 구하고 내면의 목소리를 더 귀 기울여 듣는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단단히 삐져서 날 쳐다보지도 않더니, 나의 꾸준하고도 무식한 구애에 못 이기는 척 넘어와줬다.


2. 오늘, 정확히 말하면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사는 삶의 태도를 갖게 됐다.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은 허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삶은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는 과정임을 받아들이고, 변화무쌍함 자체를 스릴 있고 재밌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3. 이타심이 생겼다. 원래 성격이 남을 배려하는 타입이긴 했지만 남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행동인 적이 더 많았다. 어느 날, 복잡한 지하철역에서 내 어깨를 툭 치고 가는 남성의 뒷모습을 보며 ‘얼마나 바쁘면 저럴까’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한참을 어안이 벙벙한 듯 피식 웃음 짓던 경험이 있다. 상대와 나를 동일시해서 이해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4. 건강한 연애가 가능하다. 최근 연애를 통해 가장 만족했던 건 이전의 연애들과는 다르게 내 마음을 꾹꾹 눌렀던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서운하거나 화가 나는 상황에서 내가 느낀 감정과 기분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상대의 의도를 알기 위한 대화를 참 많이 했다. 이제는 누구를 만나도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겠다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5. 무대 위에서 펼치는 연기의 집중도가 남다르다. 명상을 하면서 순간순간 집중하고 몰입하는 습관이 자연스레 만들어지다 보니 약 2시간 내내 무대 위에서 집중을 하기가 수월해졌다. 맡은 나의 배역과 대사를 함께 치는 상대 배역, 그리고 관객이 주는 에너지 모두 세심하게 느끼면서 몰입하니 연기가 더 편해졌다.





명상은 확실히 나와 평생 함께하게 될 내 삶의 치트키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 직업으로까지 삼았다. 무작위로 흡수해 버린 명상에 대해 내가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의구심에 동국대 명상 지도자 수업을 들었다. 6개월간의 수업을 들으며 나는 드디어 나의 평생 업을 만나게 되었고, 1급 자격증을 딴 후 본격적으로 명상 지도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우선 나는 무겁고 어렵게 느껴지는 ‘명상’보다는 ‘노팅(Noting)’이라는 단어로 소통하기로 했는데, ‘의식적으로 알아차림 하는’이라는 뜻의 노팅은 눈을 감고 막 열심히 수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그때그때의 순간을 알아차리고 감각하는 하는 행위까지 모두 포함한다.


명상과 뷰티 브랜드 MAYET 와의 콜라보(2022.11.30)

많은 사람들이 노팅(알아차림)을 통해 평온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상에 명상을 침투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서 시도했다. 7년의 브랜드 컨설팅 경험이 이런 데서 발휘가 된다. 대중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잘 집어내어 상품화하는 것.


뷰티 브랜드와의 팝업에서는 ‘손을 씻으면서 하는 노팅’을, 5월 야외 루프탑에서 진행한 필라테스 수업에서는 커다란 백합을 이용한 ‘플라워 노팅’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17년 차 마케터와의 콜라보레이션에서는 ‘노팅을 통해 지속 가능한 브랜드 페르소나를 구축하고 육감을 찾아보는 글쓰기 과정’도 진행했다. 결과는 모두 성공적이었다. 수강생들 모두 편안하고 만족하는 미소를 띠고 돌아갔다.


나는 확신을 얻었다. 명상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스며들 수 있는 위대한 툴이다. 자기 객관화를 하며 평온해지기까지 하는 이 과정은 너무나 당연하게 그 누구에게도, 어떤 상황에서도 필요하다. 나의 새로운 여정에 늘 함께할 든든한 도구 하나를 얻었다. 어떠한 장애물이 나타나도 금세 헤쳐나갈 수 있는 강력한 타이탄의 도구를.





▼노팅 계정이 궁금하다면▼

https://www.instagram.com/the.noting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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