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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자 Nov 02. 2020

첫 번째, 관악산행

관악산을 그린 그림

관악산행

 

그렇게 첫 번째 산은, 우리들의 집과 가장 가까운 관악산으로 골랐다. 아빠는 주말마다 이 산에 오르곤 하는데, 아빠 연배의 사람들이 주말만 되면 사당역과 서울대입구역에 무리 지어 다니는 모습을 쉬이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관악산은 중년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막상 올라가 보니 남녀노소외(외국인)를 다 볼 수 있었고, 쉽지 않은 그 산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바글바글한 산길을 모두들 서로 양보해가며 올라갔다.

도시와 산의 기싸움을 목격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올라가는 길의 산길은 끊임없이 변한다. 숲으로 나를 가뒀다가, 또 새파란 하늘을 열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뜨거운 태양으로 빔을 쏘기도 한다. 재밌는 건, 눈 앞의 시야가 이렇게 다이나믹한 만큼 내 뒤의 모습도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허리를 펼 겸 뒤를 돌아보면, 산은 눈 앞에 서울의 모습을 보여준다. 도심 곳곳에 파고든 산세와, 산세를 억눌러보려는 건물들이 파도 거품처럼 뒤엉킨 모습이다. 서울은 도시과 산이 서로 한치도 내주지 않으려는 기싸움이 느껴지는 도시다.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다면, 정신없이 세상을 구경하느라 넘어졌을게 뻔하다.


발바닥의 고통에 몸이 무너지지 않도록  내딛는다. 그렇게 집중하다 보면 산과 나는 물아일체. (물아일체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산을 오르는 건 책 한 권을 완독 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것도 핸드폰 한 번 곁눈질 않고 완전히 몰입한 깊은 독서와 같은 느낌이다. 등산은 곁눈질을 하려야 할 수 없고, 포기하려야 할 수 없는 그런 독서 같은 느낌이다. 등산은 시작한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엄마를 불러도 소용이 없다. 그저 꼭대기를 찍고 다시 내려오기까지 견디는 수밖에 없다(꼭대기도 안 찍고 내려오는 건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므로 논외). 울퉁불퉁한 돌에 몇 시간을 채이는 발의 감각을 느끼고, 몸이 무너지지 않도록 신경 써서 다리의 근육을 압축하고 이완한다. 그렇게 산과 나만 남는 시간이 왔다 갔다.



- 2020년 10월 31일 노랑자의 글과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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