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를 잇는 기호들

바스키아, 시대의 변곡점을 느끼며

by 노규오 noirora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기호들’이라는 문장이 시간을 잠시 느리게 만들었다.
지금의 존재는 어디를 잇고 있으며, 어떤 세대를 매개하고 있는가.
단순한 질문이었지만 생각보다 깊고 길게 흘러갔다.

전시장을 나서던 길,
여러 시대의 변곡점을 지나온 분들과 마주 앉게 되었다.
열등감, 분노, 천재성, 성공, 신화 같은 단어들이
잔 위에서 가볍게 떠다니던 저녁.
대화는 멀리서 숲을 바라보듯 자유롭게 흘렀다.

그러다 바스키아에 대한 한 평이 귀에 걸렸다.
정말 그것이 열등감, 분노라고만 말할 수 있는가.
그의 예술성은 병원에서 보낸 유년이 만든 시각일지도 모른다.
규범을 벗고 X-ray처럼 세계를 투과하던 눈,
가장 낮은 자리에서 구조의 병리를 먼저 알아차린 영혼.
거리 전체를 캔버스로 삼고,
정체성을 규정하려는 사회적 틀에 저항하며
예술가들과 연대해 공동체를 살아낸 젊음.
그의 생은 흐름과 감각, 깨어 있음으로 타올랐을 것이다.

그 순간, 시대의 언어들이 한 자리에 포개졌다.
엘리트와 비주류, 상류와 하류, 제도와 비제도, 권력과 생존.
닿고 싶어 하면서도 시대와 문화의 결이 달라
침묵 속 배려로 흘러가는 대화들.

경계에 섰을때 느끼는 진동이었다.
세대와 세대 사이, 통제와 보호 사이, 신념과 침묵 사이,
이름 붙일 수 없는 작은 불빛들이 스며들었다.
그 빛은 서로의 통로를 열고, 멈춘 흐름을 다시 움직이게 했다.

문득, 최근 동시대 지식인 친구들 모임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윤리·철학서 ‘Wild Diplomacy’.
야생을 ‘위험’으로 규정해 통제해온 인간의 오래된 습관,
무지가 두려움을 낳고, 두려움이 공격성을 만든다는 사실.
그러나 시간을 들여 서로가 탐색할 여유와 환경이 있다면,
양과 늑대도 공존할 수 있다는 연구.

인간이 사회악으로 규정한 늑대의 본성은 오히려
무리를 짓고, 공동체를 이루고, 서로를 보호하며,
새 환경을 빠르게 익히도록 행동 언어를 읽어내는 존재였다.
역시,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파동을 인지하며 서로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연결된다.
말 없이도 알아보는 순간,
멈춰 있던 시간은 다시 리듬을 찾고 깨어난다.
그 공명은 결국 각자의 나침반을 깨우고
정서를 스스로 결정하는 힘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깨달았다.
‘처음과 끝은 같다.’

가장 낮은 곳일수록
오히려 가장 멀리 보인다.
옳고 그름보다
무엇이 살아 있고 무엇이 사라지는지를 감각하게 된다.
불빛 없는 곳에서도 잠시 기다리면
형체는 스스로 드러난다.
보이는 세계 밖에서 바라보는 일,
그것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과 혼의 일이다.

부조리와 부패는 반복된다.
최근 접한 ‘카이두클럽’, ‘프레드릭 와이즈먼’ 과 같은
수많은 훌륭한 창작자들의 작업들로
예술은 늘 비판하고, 저항했고, 기록했지만.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함께 가야 할 이들은 갇혀 있고,
보아야 할 이들은 애초부터 그 자리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새 시대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경계 밖에서 밀려오는 현상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욕망하는 것을 욕망하지 않는다.”
“부정하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 단순한 태도는
욕망의 구조를 뒤집고, 폭력의 논리를 해체하며
새로운 리듬의 길을 열어준다.
변화는 그렇게 조용하고 단단하게 시작된다.

여러 세대의 희생과 헌신 위에서 맞이한 오늘,
근현대의 병리와 세대 단절,
기성을 넘어 하이브리드된 정체성은
기존 산업 구조가 담아낼 수 없는 새로운 파동을 만든다.

분절은 심화되어 고립을 낳고 고립은 혐오를 낳는다.
혐오는 분열이 과열되여 충돌을 만들고, 충돌은 파편화되어 해체되며, 해체된 조각들은 다시 조립되며 융합할 것이다.


왜 살아왔는가.
나는 누구인가.
그래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새 시대의 리듬은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흐리며
뉴웨이브가 천천히 펼쳐지고 있다.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시그널처럼,
서서히 하나의 중심으로 융합되며, 확장할 준비를 할 것이다.




2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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