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7. 20
안야 니드링하우스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니? 난 지난 주말에 그녀의 존재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어. 토요일에 사진전을 보러 다녀왔거든. 내 남자 친구가 지금으로부터 4년 전 혼자 보러 갔던 그 사진전을 말이야. 남자 친구는 당시에도 지금처럼 혼자 밖을 구경하고 돌아다니는 것에 있어서 누가 봐도 어색함과 부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사람이었다는데, 혼자 사진전을 보러 갔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잖이 놀랐었어.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도대체 어떤 사진들이었길래 이 사람을 그렇게 매료시켰나 궁금했어.
몇 주 전에 평소처럼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인스타그램 타임라인을 밑으로 쭉- 내리는데 광고가 하나 떴어. 한 소방대원이 금발 머리가 거뭇거뭇하게 타버린 한 아기를 안고 인공호흡을 하는 사진과 왼편 아래에는 '퓰리처상 사진전'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어. 그래, 내 남자 친구가 4년 전에 인상 깊게 보고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던 그 사진전이 바로 퓰리처상 사진전이었던 거야.
당연히 나도 호기심을 가져왔던 사진전인 데다가 관람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하고는 바로 남자 친구에게 링크를 보내줬어. 그렇게 지난 주말, 사진전을 보러 서울에 다녀왔지. 사람들이 북적거릴까 봐 오전 시간대에 관람을 하러 미술관으로 들어갔는데, 역시 오전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어. 덕분에 사진 하나하나 정말 눈에 오래 담으면서 설명도 찬찬히 읽어볼 수 있었어.
퓰리처상을 받은 사진으로 알려진 많은 사진들이 그러하듯 행복한 모습보다는 참혹한 모습의 사진이 대부분이었어. 1950년대부터 시대별로 전쟁 당시 끔찍한 장면이나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순간, 그 시절 인종차별의 정도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사진 등이 나열되어 있었어. 마치 역사책을 그림책으로 읽는 기분이었어. 종이 위에 활자로 적힌 문장 한 마디보다 사진 한 장은 더 생생하게 감정의 이입을 불러왔고,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줬어. “내가 태어났던 연도, 대학에 입학했던 연도, 심지어 지금까지도 세계 어느 곳에서는 믿을 수 없는 극한의 상황들이 지속되는구나...”라고 생각했지.
사진전을 천천히 감상하고 나와 점심 식사를 하면서 남자 친구와 어떤 사진이 가장 인상적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 남자 친구가 뽑은 사진은 이민자들이 배를 타고 이동하기 위해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데 그 위로 노을이 아름답게 지는 순간을 멋지게 담은 사진이었어. 모네가 그린 것처럼 빨갛고 큰 태양이 이민자들이 탄 배 위로 빛을 내며 지고 있는 그림 같은 사진이었어. 나도 그 사진의 아이러니한 아름다움에 동의했지.
지금 너에게 어떤 사진이 있었는지 설명해 주기 위해 다시 떠올려보아도 충격적이고 놀라움을 자아내는 사진이 많았던 건 사실이야. 그래서 인상적인 사진을 하나만 고르는 건 너무 어려워. 그래도 남자 친구와 대화했을 때에도, 지금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진은 케냐에 사는 어떤 소녀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이야. 케냐에서는 여성이 16살 이상이 되면 성기의 클리토리스나 음순의 일부를 잘라내어 순결을 상징하는 성인식의 일종인 할례 의식을 시행한대. 그 의식을 행하지 않은 여성은 손가락질받고 심지어 배척당한대.
이미 너도 인상을 잔뜩 찌푸린 얼굴로 내 글을 읽고 있겠지? 그 사진은 할례 의식을 받은 소녀가 뒤돌아 앉은 등을 보여줬고, 내 눈에 그 소녀는 울고 있거나 너무 아파서 고통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였어. 사형을 당하는 사람이나 누군가가 쏘는 총에 맞는 사람을 촬영한 사진도 많았지만, 그 사진들 또한 아주 중요하고 역사적으로 가치 있지만,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또 앞으로도 매일의 일상 속에서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한 채 살아갈 소녀들이 너무나 마음에 걸려. 그건 순결의 상징이 아니라 완연한 차별의 상징일 뿐이니까.
다음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가지는 한 여성의 이름이야. 분쟁지역을 취재하는 손에 꼽는 여성 사진기자, 안야 니드링하우스. 혹시 너는 이 사람에 대해 알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그녀에 대해 알게 되었어. 사진전은 본사진전을 관람한 후에 특별전도 관람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는데, 특별전이 바로 안야 니드링하우스의 사진으로만 전시되어 있었어. 이 기자는 안타깝게도 아프가니스탄 취재 중에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48세의 이른 나이에 돌아가셨다고 해.
특별전에 있던 그녀의 사진은 주로 여성이나 어린아이였어. 아프간을 취재하며 전쟁이 계속 일어나는 상황에서도 그 속에서 적응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아이들과 부르카를 벗고 교육받고 투표하며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의 사진. 많은 설명 없이도 그녀의 사진들로 그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나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었어. 이렇게 멋진 여성이 테러로 세상을 떠났다는 건 슬프지만, 안야 니드링하우스라는 이름을 오래 기억해야겠다고 다짐했어. 더 많은 여성들의 이름과 얼굴, 그녀들의 말과 글, 사진까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