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7.22
어제 잘 들어갔니? 아마 너는 지금 카페에서 열심히 커피를 만들고 있겠지? 어제 밤늦게까지 놀아서 피곤하겠다. 게다가 하루 종일 흐리고 비까지 내리니까 기분이 축 처지겠지. 아니면 긍정 파워를 얻기 위해서 최대한 얼마 안 남은 카페 일을 즐기고 있을 수도 있고.
어제는 나도 정말 피곤해서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던 피치(가명)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못해서 아쉬울 뿐이었어.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한시도 쉴 수가 없었으니까. 걱정과 기대를 잔뜩 품고 간 유성구청에서 만나 뵌 황은주 의원님은 우리의 서툰 인터뷰에 성심성의껏 응해주셨지. 당황스러운 질문에도 환하게 웃으면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풀어주시는 모습을 보니까 팬심이 더욱더 커지더라. 그래서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정말 영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던 것 같아. 어찌 보자면 무작정 들이닥친 우리를 진지하게 대해주셔서, 인터뷰 영상을 멋지게 편집하고 싶다는 욕심이 커졌어. 성공적인 인터뷰와는 별개로 나는 공복에다가 긴장 상태로 무거운 짐을 들고 돌아다니느라 너와 피치를 만나러 갈 때쯤에는 거의 쓰러질 지경이 되었지. 그래도 너와 거의 반년만에 간 술집의 음식들은 정말 맛있었어. 남기고 온 음식들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아무튼 어제의 여파로 오늘 오전은 거의 누워서 지냈어.
피치가 우리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기 전, 그런 대화를 나눴잖아.
내가 아끼는 사람들의 불행을 내가 덜어줄 수 있을까.
불과 일 년 전의 나는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적어도 그들이 나한테 울면서 고통스러운 마음을 털어놓을 때 나는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었지. 나는 굉장히 감정에 무디고 남들과 깊은 감정을 나누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런 행동을 했을 때는 이상하게 그 감정을 같이 짊어지려고 하는 것 같아.
예를 들어 내가 감정적으로 애착을 형성하지 못한 사람(대부분의 사람들이 나한테는 그래)이 울면서 고민을 얘기할 때, 나는 마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상대방을 바라봐.
'어, 저 사람이 우네. 나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가장 적절할까.' 갑자기 내 얼굴 표정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를 다 검열하기 시작해.
'그런데 이게 울만한 일일까? 왜 우는 걸까? 이 사람한테는 심리상담이 필요할까, 어떤 상태인 걸까?' 입밖에 꺼내지는 않지만 얼른 상대방의 상태를 파악하려고 노력하지.
그런데 내가 감정적으로 애착을 형성한 소수의 사람들이 울면서 고민을 털어놓고 힘들어할 때, 나는 내가 뭐라도 해주고 싶다는 의무감을 갖게 돼. 내가 이 사람 곁에 없으면 정말 큰일 나겠구나. 그래서 나중에 그 사람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리지. 내가 도와줬어야 했는데. 내가 옆에 있어 줬어야 했는데, 하면서 말이야.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감정을 느끼면서 살아갈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대상이 워낙 좁다 보니 그럴 때마다 정말 힘들어. 지난 몇 번의 경험을 너에게도 모두 말했었지. 남의 얘기를 듣고 좀처럼 울지 않는 내가 그들과 함께 울고 열심히 해결책을 찾아주고, 그랬는데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그들을 보면서 내가 느낀 좌절. 그리고 차라리 나와 함께 있지 않을 때 더 행복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을 볼 때 느낀 허무함. 그래서 이제는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만약 아루쿠마가 힘들어한다면? 애인이 힘들어한다면? 나는 또다시 그러겠구나 싶어.
남의 불행을 함께 느끼고 짊어져주는 것이 얼마나 지치는 일인가를 느끼고 난 후에 나는 이상하게 너에게 미안함을 느끼게 됐어. 물론 내가 너한테 허구한 날 징징대는 사람은 아니지만, 나는 힘들 때마다 네 앞에서 펑펑 울곤 하잖아. 그때 너도 힘들었니? 사실 어디까지 공감해주고 함께 해줘야 하는지 선을 긋기 어려울 때가 많지. 생각해보니까 나는 내 존재 자체만으로 그 사람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아. 내가 뭔가 해줘야 하고, 함께 고통스러워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나 봐.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벌써 우리 팟캐스트 구독자가 140명이야! 이번 클립은 편집에 실수가 많아서 좀 실망스러웠는데 그래도 구독자 수가 많이 늘어서 행복하다. 얼른 200명 찍어서 자축하는 날이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