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7. 15
그렇게나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이제 그쳤어. 이번 장마는 먹구름 속에 빗물을 잔뜩 머금고 있다가 이때다 싶어서 다 쏟아내 버리는 느낌이 드네. 가랑비처럼 성가시게 내리는 것보다는 훨씬 시원한 감이 있어서 난 환영이야!
너와 이번 주 클립을 녹음하면서, 나를 옥죄고 있던 '외로움'이라는 고통으로부터 한시름 놓아졌어. 녹음을 할 당시에는 내가 이런 얘기를 털어놓는다는 사실이 좀 창피하기도 했고, 지금 전혀 외로워하지 않는 너에 비해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막상 녹음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뭔가... 그냥 그런 기분 있잖아. '너만 그런 게 아니야. 그리고 넌 이걸 벗어날 방법을 이미 알고 있어.' 그런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어. 내 막차 시간 때문에 너무 서둘러 끝낸 감이 있어서 마지막이 아쉽긴 하지만, 이번 클립 녹음으로 인해서 나는 외롭다는 기분이 들 때마다 그 마음속 외침에다 대고 꺼지라고 할 자신감이 생겼지.
저번 주부터 이번 주 내내, 손정우나 박원순 같은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참 복잡해. 사실 교환일기에 이 사람들 이름을 언급하기가 싫을 정도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스트레스받으니까. 도대체 법은 누구 편인지, 정치는 누굴 위한 것인지, 대의명분이란 게 뭔지. 한 사람의 인권을 그렇게나 짓밟아 놓고도 끝까지 피해자의 고통은 눈곱만치도 생각하지 않는 그들을 보면서, 대체 저 사람들의 뇌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 걸까 싶어. 사회적 기업, 여성단체에서 일하고 싶다는 내 마음이 흔들리기도 해. 내가 과연 이런 험난한 꼴을 수백수천 번 마주하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을까? 만약 내가 성범죄 피해 여성들을 대변하고 그들의 인권을 위한 일을 하게 된다면 나는 싫어도 어쩔 수 없이 계속 이런 미친듯한 상황을 보게 되겠지. 그땐 일이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심적으로 힘들어도 피할 수 없을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면 지금 여성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분들이 참 존경스러워.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277018?sid=102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여성들이 힘껏 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 내가 아무리 힘들지라도 말이야. 더는 여성들이 자신의 결정을 변명해야 하지 않도록. 터무니없는 소리에 무너져 목숨을 끊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여성들과 함께 한다면, 그래도 어쩐지 안전할 것 같지 않아? 주위를 둘러봐. 직장 생활하면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성희롱과 성차별에 시달리는지.
내 외로움도, 좋은 여자들과의 미래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저번 주 주말에 '여담' 팀원들과의 술자리에서도 확실히 느꼈지만, 즐거움과 동시에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니! 정말 멋진 일 아니야?
사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머릿속이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것이 원망스럽긴 하다. 노트북으로 쓰는 게 아니라서 어색하기도 하고. 다음 주에 있을 '여담'의 첫 인터뷰가 너무 기대되고 긴장돼. 우리가 충분히 준비를 마쳤으면 좋겠어.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 오자, 지역의 많은 여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