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한 마디에 나는 다시 태어나 살아가
내일부터 추석 연휴의 시작이야. 너도 그렇겠지만, 나도 아마 친척집에 가는 일은 없을 것 같아. 들어야 할 수업도 있고, 시험기간을 대비해서 강의노트도 정리해놓기 시작해야 할 것 같고. 그리고 연휴라 그런지 친구들과의 약속도 잡혔고, 셜리 님과의 인터뷰 녹취도 타이핑해놔야 하거든. 코로나 시국이라 안 갈 핑계가 생겼을 뿐, 솔직히 내가 여유가 없기 때문이 제일 큰 거지. 그런데 뉴스를 보니까 '추캉스'를 맞아 제주도에 30만 명의 관광객이 몰릴 예정이라더라. 연휴 이후에 또다시 확진자가 폭증하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야.
오늘 쓰는 교환일기는 아마 정말로 내가 평소에 쓰는 일기와 가까울 것 같아. 왜냐하면 정신없이 강의를 듣다가 지친 후에 쓰는 교환일기거든. 도저히 특정 주제를 떠올릴 수가 없어.
9월은 너무나도 안정적이게 흘러갔어. 저번 주 토요일에 했던 페미니스트 셜리 님과의 인터뷰는 정말 최고였지. 사실 너랑 내가 인터뷰 진행자여서 긴장을 많이 했던 건 사실이야. 아침에 일어나서 인터뷰 갈 준비를 하면서 긴장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 버스를 타고 인터뷰 장소로 향하면서 내가 혹시 집에 놓고 온 물건은 없는지, 다들 준비는 잘하고 있을지, 머릿속을 정리하면서 질문지를 보고 또 봤어. 그래도 정말 다행이었던 건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람이 너였다는 거야. 1년 넘게 함께 팟캐스트를 하면서 아무래도 관록이 생기다 보니 우리 둘의 합은 정말 잘 맞았던 것 같아. 내가 질문지에서 걱정하고 있던 부분을 너도 걱정하고 있었고, 함께 열심히 질문지를 들여다보면서 보충하고 삭제하고······. 다른 멤버들을 아예 못 믿는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너는 내가 충분히 예상 가능하고, 너도 내 스타일을 알고 있으니까 더 편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야.
긴장 속에 시작된 인터뷰는 '프로 유튜버' 셜리 님 덕분에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흘러갔어. 카메라를 잡고 촬영하고 있는 나머지 여담 멤버들도 진심으로 호응을 할 수 있어서 웃음이 끊이질 않았지. 인터뷰를 마치고 함께 회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인터뷰가 매번 이런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더라. 좋은 날씨에 좋은 사람들과 좋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이니.
요즘은 가을이라 그런지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아. 뜨겁고 축축한 여름에 동날 대로 동났던 내 마음의 여유가 서서히 돌아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게 됐어. 2020년도 이제 3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내가 올해는 어떻게 살았더라? 올해 초에 내가 힘들었던 때를 다시 떠올리면서 갑자기 감성에 젖기도 해. 그리고 내년에는 내가 어떻게 될지, 졸업 후에는 어떻게 될지-
예전에는 불안함과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의지할 곳이 없다고 느꼈어. 내 불안을 나 혼자 끌어안으면서 지치곤 했었지. 역시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고 해서 불안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더라. 문득 매 순간마다 '나 여기 아직 있어!' 하면서 튀어나오고. 그런데 이제는 그냥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 그 모든 게 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 덕분인 것 같아. 내가 어떤 바보 같은 짓을 해도 묵묵히 들어주는 너, 자신의 고민이 창피할 수 있을 텐데도 나에게 그걸 조심스럽게 보여주는 친구들, 나를 믿고 기꺼이 일을 맡기는 여담 멤버들, 우리가 인터뷰하는 여자들. 그 안에 있는 나는 절대 불행하지 않아.
그리고 요즘은 내가 몰두하고 있는 취미도 생겼지! 공부하다가 지치고 불안할 때마다 노트북을 켜고 앉아서 그래픽 태블릿의 펜을 쥐고 그림을 그려. 그러면 어느새 불안도 사라지고, 완성된 작품에 나름 뿌듯해하면서 인스타그램에 전시하고. 사실 내가 정식 작가도 아니니까 완성도에 대한 부담은 없어. '어차피 취미 생활인데 뭐!' 하는 마인드니까.
10월은 시험기간도 그렇고 여담의 마지막 활동기간이라 9월보다는 좀 더 바빠질 것 같네. 그래서 취미 생활을 할 시간도 부족해지겠지? 그래도 바쁜 10월을 보내고 나면 연말에 성큼 가까워질 거고, 이번 연말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소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좋은 예감이 들어. 작년의 연말 파티 정말 재밌었잖아. 이번 연말 파티에는 여담 멤버들도 함께였으면 좋겠어. 아무튼- 나는 밤을 까먹으면서 강의를 들으러 다시 가봐야겠어. 추석 연휴 때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