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너무닮아서서로다른그작은점을사랑해 [녹마]
우린 외롭지 않았을 거야
네가 중간고사 시험공부로 너무 바쁜 관계로 내가 두 번 연달아 교환일기를 쓰게 됐네. 시험 볼 과목이 세 개뿐인 나와 달리 너는 다섯 개라고 했던가?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아등바등 공부하는 너에게 차마 '교환일기 안 쓰니?'라고 묻기는 뭐해서 그냥 내가 2주 연속 쓰기로 했어. 아마 교환일기 볼 시간도 없겠지만 그래도 볼 시간이 있다면 잠깐이라도 나의 하찮은 글을 보면서 쉬길 바라.
오늘은 어제와 달리 되게 흐리고 우중충해. 요즘 내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뭔지 알아? "너무 추워"야. 나는 추위를 진짜 많이 타서, 집에서도 히트텍을 입고, 긴소매 잠옷에 후드 집업을 껴입고 있어. 그래도 추워서 오들오들 떨고 있지.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제부터는 감기 기운이 돌더라. 집에서 잠자코 떨고 있으면 감기에 안 걸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계속 웅크려 앉아 공부만 하다 보니 면역력이 떨어졌나 봐. 그래서 오늘은 집 근처 프랜차이즈 카페로 나와서 공부를 하고 있어. 나는 다음 주 화요일에만 시험이 두 개라서 그렇게 빡빡한 일정은 아니야. 그마저도 하나는 대면 시험이고, 하나는 24시간 안에 답안을 제출하면 되는 시험이라 부담은 없지. 네가 읽으면 자랑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사실 자랑이야)
아무튼 집-카페를 오가며 공부를 하다 보니 요즘은 에어팟을 끼고 있는 일이 많아서 그런가? 아니면 계절이 음악 좋기 딱 좋은 계절이라 그런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게 내 삶의 낙이 됐어. 사실 제목도 내가 좋아하는 윤지영의 '우우우린'의 가사야. 고된 하루를 마무리할 때 잔잔하게 틀어놔봐. 추천할게.
내 고향에는 코스모스가 만발했더라. 고향 친구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코스모스 사진을 볼 때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나도 여유롭게 산책하면서 즐기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속상해.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을 또 이런 식으로 보내는구나 싶어서 말이야. 우리 시험 끝나고 11월이 되면 어디라도 같이 놀러 가자. 가까운 근교도 좋고, 어디든지. 딱히 일정은 세워놓지 말고 아무렇게나 놀러 가서 마음에 드는 곳에 앉아 노래도 듣고 사진도 찍고, 두서없는 대화도 하고 싶어. 베짱이처럼 사는 대학생 같을지 몰라도, 대학에 와서 내가 얻은 제일 큰 선물은 마음 맞는 사람들과 나의 신념인 것 같아. 이번에 팟캐스트를 혼자 녹음하면서 내 학창 시절에 대해 그저 생각 없이 떠들다가, 녹음을 마치고 편집하면서 느껴졌어. 내가 고등학생 때는 얼마나 남들이 소위 말하는 '성공'이라는 것에 목맸는지. 성공하기 위해서는 친구들과의 추억도 하잘 것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고등학교 시절은 그저 성공을 위한 디딤돌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 당시에는 친구들을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했고, 나 아닌 타인, 내 친구들이 아닌 다른 아이들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었지.
지금도 물론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는 성공하고 싶지만 그때처럼 나만의 성공, 돈을 잘 벌기 위한 성공은 아니야.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더 의미를 찾게 됐다고 해야 하나. 내가 지금 제일 부러운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야. 거리낌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이 정말 멋있어 보이고 닮아가고 싶어. 내 섣부름이 부끄러울 때도 많았는데, 나쁘게 말하는 섣부른 거고 좋게 말하면 대담한 거잖아? 대담한 사람이 되고 싶다.
머리 자르고 싶다
너희는 나를 그렇게 대담하게 만들어주는 친구들이야. 그냥 이런 말이 하고 싶었어, 오늘은.
왜, 그런 친구들이 있잖아. 같이 있으면 왠지 모르게 움츠러들고 스스로 검열하게 만드는 친구들. 그런데 너희랑 있으면 전혀 그렇지 않아. 그게 나를 한 발자국 더 멀리 갈 수 있게 힘을 주는 것 같아.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눈살을 찌푸리거나 불편하게 침묵하지 않으니까. 힘들고 바쁠 때는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누구보다 먼저 만나러 가고 싶은 친구들.
그러니까 시험 끝나면 우리 둘이 어디 놀러 가자. 이건 의무야,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