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게 많으니까 내가 지금 뭘 해야 할지 계속 허둥대게 되는 요즘이야. 혼자 훌쩍 떠나는 여행이 정말 간절하게 가고 싶다.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자판을 뚱땅거리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어깨랑 허리, 손목도 아프고- 날씨는 또 왜 이렇게 추운지 뼈가 다 시릴 지경이야. 역시 좋은 계절은 빨리 흘러가나 봐. 청명한 하늘과 기분 좋게 시원한 바람은 이제 곧 구름 낀 우중충한 하늘과 매서운 칼바람으로 변해버리겠지.
어제 우리 대학 친구인 파이(가명)가 대외활동 때문에 한 촬영에 너와 내가 함께 출연했잖아. 정신없이 바쁜 요즘 나에게는 그것도 하나의 일정이었기 때문에 부담스러웠던 건 사실이었어. 원래라면 그 시간에 강의 노트를 한 쪽이라도 더 정리할 수 있고, 책을 한 쪽이라도 더 읽을 수 있으니까. 시험기간 전부터 잡혀 있던 고향 친구와의 짧은 만남 뒤에 득달같이 달려간 촬영 장소. 거기서 우리는 촬영을 핑계로 마라샹궈와 맥주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떠들 수 있었지. 대관한 카페에 빔프로젝터가 있어서 함께 좋은 노래도 듣고.
바쁜 와중에 갑작스럽게 즐기게 된 여유라서 그런지 집에 너무 가기 싫더라. 내가 투덜거리며 말했던 것처럼, 그냥 거기서 죽고 싶었어.
2019년의 마지막 날, 너의 집에서 함께 했던 송년 파티 영상도 보면서... 저 때는 2020년이 너무 반갑고 그저 설레기만 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말이야. 코로나와 함께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달라져 버렸는지. 홈 파티 영상을 보고 있자니 그 당시의 분위기가 너무 그립기도 했어. 이번 연말은 어떻게 보내게 될까? 나는 분명히 또 2021년을 기대하게 될 텐데, 나의 예상과 현실은 언제나 달랐지.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한 해가 나의 삶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바꿔준 적도 있었고, 기대가 많았던 한 해가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나를 탈탈 털어버렸던 적도 있었어. 2020년이 세 달도 채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올해를 되돌아보게 돼. 바빠서 죽겠는 와중에 올해를 되돌아보니까 올해는 너무 짧았다는 생각이 드네. 선선한 가을바람을 느끼자마자 겨울의 길목에 들어서게 되는 것처럼, 올해는 아직 내 손에 완전히 잡히기도 전에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
나는 이제 팟캐스트 녹음을 위해서 생각을 좀 정리해볼 생각이야. 혼자 하는 팟캐스트라니. 너무 오랜만이기도 하고 요즘 내가 정신이 없어서 잘 될지 모르겠다. 내일과 모레는 편집 때문에 바쁠 예정이라서 오늘 꼭 녹음을 마쳐 놓아야 해. 아무튼 오늘은 교환일기를 짧게 여기까지만 쓰도록 할게. 토요일에 함께 시험공부할 때 보자, 아루쿠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