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2021년의 아루쿠마. 올해 들어 처음 쓰는 교환일기네. 불과 어제 올라온 너의 교환일기를 읽고 왠지 모르게 울컥했는데, 정확히 왜인지는 모르겠어. 그동안 내가 너무 너를 몰라줬었다는 미안함? 아니면 혼자 그런 마음을 느끼고 있었을 너에 대한 속상함?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 나는 전혀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 몰랐거든. 나는 눈치가 없는 편이라 항상 이런 일이 생기면 '나는 왜 진작 눈치채지 못했을까' 하는 죄책감을 가지게 돼.
우리가 사적인 일뿐만 아니라 공적인 일도 함께 하게 되면서, 전혀 새로운 마음이 생겨나기도 하는 것 같아. 너는 '성장'을 추구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나를 보면서 왠지 조급한 마음이 든다고 했지만, 사실 나도 너한테 열등감 아닌 열등감을 느낀 적이 있어. 그런데 스스로 '이건 너무나도 사사로운 감정이야, 부끄러운 마음이야'라고 억누르면서, 그럴 때일수록 더욱 '우리'를 응원하려고 노력했지. 나는 언제나 성급하고, 남들이 보기엔 혼자 척척 잘 해내는 것 같지만 사실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단단한 사람은 아니야. 그에 비해 큰 감정의 기복 없이 맡은 일을 반드시 해내려고 최선을 다하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뭔가-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했어. 나는 툭하면 네 앞에서 술 먹고 울고, 스스로도 설명 못할 일들을 벌이고, 안정적인 루틴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살고 있으니까.
이런 열등감을 너한테 입 밖으로 꺼내서 말한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럴 때마다 너한테 미안한 마음도 함께 들었어. 나는 아루쿠마를 경쟁 상대로 보고 있는 걸까? 아루쿠마가 나보다 못하기를 바라는 걸까? 그렇지만 단언컨데 절대 그러길 바란 건 아니었거든. 그래서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어떻게 나 같은 애가 아루쿠마의 절친한 친구일까, 내가 만약 아루쿠마라면 얼마나 배신감이 들까 싶어서 미친 듯이 미안해지더라.
너의 지난 교환일기에 담겨있는, 너를 조급하게 만드는 나의 모습은, 너와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모습들이었어. 만약 나 혼자였으면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을까? 페미니즘을 더 공부하고자 하는 열정을 너와 함께 나눌 수 있어서 나는 더 성장할 수 있었고, 나를 병들게 하는 루틴을 버리고 안정적인 루틴을 갖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게 해준 것도 너였고,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과 따뜻한 미소를 건네는 법을 알려준 것도 너였어. 그리고 네가 팟캐스트를 소개해주고, 함께 꾸준히 들어주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격주로 팟캐스트 녹음을 하는 일도 없었겠지. 그러니까 조급해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해주고 싶네. 이런 내 모습은 너와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것들이니까.
솔직히 열등감이라는 게, 친구 사이에 제일 나누기 어려운 감정이라고 생각해.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제일 밑바닥 감정이니까. 나는 이렇게 못난 사람이라는 걸 가식 없이 드러내는 것이니까. 하지만 우리 그런 가식은 집어치우고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서로에게 드러내는 사이가 되자. 그러다 어느 날은 싸우기도 하겠지만, 그럼 뭐 어때. 한 번 박 터지게 싸워보지 뭐. 마지막엔 가위바위보로 승자를 정해서 이긴 사람이 떡볶이를 사주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