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정말 오랜만에 글로 일기를 남기네. 오늘 나는 조금은 늦은 아침에 일어나서 맑을 거라고 기대했던 날씨와 달리 미세먼지와 구름으로 뒤덮인 뿌연 하늘을 잠시 바라보다가 스트레칭을 하고, 샤워를 했어. 여유롭게 보내는 아침시간은 나에게 정말 힐링이 되는 소중한 순간인데, 요즘 통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그런 시간을 만끽할 수 없어서 아쉬워.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 중 하루 이틀 정도는 온전한 휴일을 보내곤 했는데 어쩐지 요즘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온전하게 쉬는 것 같아.
나도 주변 친구들도 이제 곧 ‘대학생’이란 신분에서 벗어나 사회인이 되는 그 가운데에 서 있어서 그런지 유독 불안이 많아진 시기인 것 같아. 그러지 않으려 해봐도 친구들과 주로 나누는 이야기가 취업 혹은 미래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보니, 다른 쪽으로 마음을 돌리려해봐도 자꾸만 제멋대로 생각의 연결고리가 그쪽으로 넘어가게 돼. 그리고 어쩌면 지금 이 시기는 어차피 이런 생각을 피해서도 피할 수도 없는 시기겠지.
하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질수록 걱정과 불안이 배로 늘어나는 성향인 나로서는 참 이런 상황들이 버겁게 느껴지네. 최근에 잠이 많아진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 사실 단순히 잠이 많아졌다기 보다, 꿈에 시달리느라 잠을 잘 못이루거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로 불편하게 잠을 자게 되거든. 조금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고 하다보면 원래대로 돌아오겠지... 돌아오겠지...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마음처럼 잘 되지는 않아.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나도 남들처럼 내 미래를 그려봐야겠지만, 이런 나의 성향을 고려해서 너무 흔들리지 않고 안온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나를 돌봐야겠다고 다짐하곤 해.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나 네가 저번에 올린 교환일기를 보고 왠지 마음이 편안해졌어. 네가 이 교환일기만큼은 그냥 정말 유입이나 남들의 신경을 쓰지 않고 나에게만 공유하는 너의 일기처럼 생각하겠다고 했잖아. 그래서 어떤 날은 짧은 일기가 올라올 수도 있을 거라고 말야. 그 말이 참 묘하게 안심이 되고 위로가 되기도 했어. 우리 사이에 그런 채널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기도 했고, 네가 먼저 그렇게 말해주니 나도 교환일기를 떠올릴 때 무거웠던 마음을 점점 더 가볍게 내려놓을 수 있게 될 것 같기 때문이기도 해. 또 취업이나 토익 공부가 아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라는 기대때문일 수도 있겠다.
어릴 때부터 늘 남들보다 철이 든 걸로, 나이에 비해 성숙한 생각을 한다는 걸로 칭찬받아왔던 내가 이제는 오히려 또래 친구들보다 철없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 뭐 철없는 할머니로 늙는 게 내 꿈이지만 그래도 하필 취업시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시기에 이런 내가 때때로 한심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네. 열심히 살고 싶은데 열심히 사는 걸 관두고 싶고, 무엇보다도 나의 몸과 마음을 가장 중요하게 돌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의 반복이 참 모순적이라 힘들다.
이번 주말 나름 소소한 행복이 많았다는 일기를 쓰겠거니 하고 키보드에 손을 올렸는데, 의식의 흐름대로 떠오르는 말을 뱉다보니 우울한 일기가 완성되어버렸네. 그래도 이게 지금 이 시간 나의 솔직한 마음이야! 나도 너에게 나의 꾸민 모습, 내가 아는 너를 고려해서 적당히 숨기고 포장한 나의 모습 대신 축축하고 지저분한 나의 모습도 그대로 보여주고 싶으니 주말 밤, 우울한 일기를 올리는 나를 용서해주렴! 그럼 다음 일기는 조금 더 밝은 색이길 바라면서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