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봄에서 최애 계절 여름으로 [아루쿠마]

2020. 05. 28

by 잠긴 생각들

처음으로 내가 새소년의 노래 '난춘'을 들은 건 유튜브에 업로드되어 있던 한 영상을 통해서였어. 여학생 한 명을 위한 공연, 남학생 한 명을 위한 공연을 각각 따로 촬영해서 교차 편집한 영상이었지. 공연을 하기 전에 새소년의 보컬, 우리의 사랑 소윤 님이 학생들에게 간단한 상담을 해주었어. 이제 막 중학생이 된 학생들인데, 여학생은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에 계속 등교를 하지 못하고 온라인 강의만 들어서 그날 처음 교복을 입어봤다고 했어. 남학생은 주변에서 따돌림을 주동하는 친구들을 볼 때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했어.

어찌 됐든 간단한 상담이 끝나자 악기로 간주를 연주하며 노래가 시작되었어. 봄처럼 경쾌한 듯하지만 편안하고 차분한 느낌의 간주가 흘러나오고 소윤이 노래했어. 그때 화면에 보인 학생들의 황홀한 표정과 내 표정이 정확히 일치했어. 너의 말대로 가사는 좋으면서도 마치 내 맘을 쿡쿡 찌르는 기분이 들게 했어. “그대여 부서지지 마 ••• 오늘을 살아내고 우리 내일로 가자” 영상이 끝난 후 나는 또 왠지 모를 눈물을 살짝 흘린 상태였고, 힘들 때(마치 지금의 조울을 오가는 상태처럼)마다 이 노래를 찾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 이런 노래들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울컥함과 위로를 한 번에 주더라. 나에게 얼마나 좋았냐 하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우효의 ‘민들레’로 설정되어 있던 컬러링을 ‘난춘’으로 바꿨을 정도야. 남자 친구는 본인이 나에게 전화를 가장 많이 거는 사람이니 좀 더 신나는 노래로 설정해 주기를 바랐지만! 너는 오히려 나에게 전화를 걸 때마다 ‘난춘’을 들을 수 있어서 좋겠네(?) 너에게 그 컬러링이 소윤과 내가 건네는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

오늘 아침에는 평소와 같이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아침 식사를 준비했어. 어제 아침 먹다 남긴 동네 빵집의 에그 파이와 사장님이 주신 드링킹 요구르트, 남자 친구가 마트에서 사 온 바나나, 그리고 반 컵 정도 채웠다가 먹을 음식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한 줌으로 덜어낸 시리얼. 평소와 같이 팟캐스트를 틀기 위해 휴대폰을 집어 들었는데, 마침 내가 좋아하는 뷰티 유튜버의 고민 Q&A 영상이 올라왔다는 알림이 떴어. 오랜만에 한 번 볼까 하고 영상을 재생하고 식사를 했지. 고민으로 가장 많이 질문하는 주제가 미래에 대한 불안이더라고. 픽 하고 씁쓸하게 웃으면서 역시 다들 똑같구나 생각했어. 그 유튜버는 열심히 본인의 생각에 대해서 설명하고 조언도 해줬어. 그리고는 마지막에 꼭 전하고 싶은 말? 영상? 이 있다며 끝에 짧은 영상 하나를 덧붙였어.

그 영상은 가수 아이유가 팬들에게 했던 조언을 녹음해서 글과 함께 들을 수 있도록 편집된 영상이었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어떤 일을 해야 할까 하는 흔하고 어려운 고민에 관한 조언이었어. 아이유는 마음 같아서는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라고 하고 싶지만 그렇게만 말할 수는 없는 문제라며 이야기를 있어갔어. 본인은 좋아하는 일인 음악을 업으로 삼았고 그에 대해 모두가 좋겠다, 부럽다고들 하는데, 물론 좋지만 큰 책임과 동시에 잃는 것도 생겼다고 말이야.

그건 바로 업으로 삼기 전에 음악을 즐겼던 마음이래. 지금은 10년째 이 일을 하면서 더 이상 음악을 그저 좋아하고 즐길 수가 없대. 그 말을 뱉는 단호하고 덤덤한 목소리는 되려 이 사람이 가수가 되기 전에 얼마나 음악을 즐기고 사랑하던 아이였을까 상상하게 하더라. 지금 나도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언젠가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도 없는, 몇 년이고 스스로 밥벌이를 할 미래는 아주 까마득하고 어려운 곳이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다면 그 좋아함을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니 너무 잔인하지 않니?

사실 어제는 점심으로 부대찌개를 사 먹고 집으로 돌아와서 평화로운 오후를 즐겼어. 해야 할 일은 없고 날씨 좋은 오후. 어렸을 때 생각이 나더라고. 며칠 전에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어렸을 때 사 먹었던 불량식품이나 매일같이 봤던 애니메이션에 대한 대화를 나눴었는데, 어제 오후에 마치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었어. 그래서 유튜브로 '짱구는 못 말려' 를 검색했어. (오늘 자꾸 유튜브가 등장하네.) 여러 에피소드가 업로드되어 있길래 재생 버튼을 누르고 소파베드에 눕듯이 앉아 초콜릿 밀크티를 마시면서 봤어. 남자 친구는 옆에서 빨래를 널면서 거의 소리 위주로 시청했지. 옛날에는 짱구가 하는 행동이나 말이 그렇게 얄밉고 싫었는데, 어른의 눈으로 보니 귀엽고 어린이답다 싶기도 한 게 나도 나이가 먹긴 먹었구나 싶었어. 그렇게 오랜만에 깔깔대며 짱구를 보다가 자연스레 이불을 가져와 낮잠을 잤어.

미래에 대해 복잡한 생각이 많은 지금이지만, 한 번씩 그리웠던 때를 재현하며 좀 더 단순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오히려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어. 어제 오후 짱구를 보면서 웃고 스르륵 낮잠에 들었던 시간이 꽤나 행복했거든. 앞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여전히 확신할 수 없고 현재는 불안함으로 가득하지만, 우리 오늘을 단순하게 살아내고 내일은 내일 다시 가보자. 어려운 봄을 이겨내고 나면 반드시 우리의 최애 계절인 여름이 올 테니까.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 보니 길어졌네! 다음 답변은 더 짜임새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오늘 밤은 네가 편히 잠들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줄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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