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티콘을 다시 그린 지 딱 세 달이 됐다. 세 달 동안 그린 것들 중 일부는 승인을 받았고 대다수는 미승인을 받았다. 오늘 오후에도 새로운 이모티콘을 제안했다. 그것이 100번째 제안이었다.
최근에 승인 비율이 미미하게 올라갔지만 줄줄이 미승인은 계속되고 있다. 어젠 미승인 메일을 네 통이나 받았다. 미승인 된 이모티콘은 바로 폐기처분하지 않는다. 수정해서 재도전한다. 째려보고 또 째려보면 탈락의 사유가 매직아이처럼 떠오른다. 하지만 어떤 것은 아무리 복기해봐도 '이게 왜 떨어졌지?'라는 생각뿐이다. 고치고 또 고쳐서 거듭 도전해도 계속 불합격으로 돌아오는 것도 있다. 지친 나는 결국 그 구제불능 이모티콘들을 '미승인'이라 이름하는 폴더에 쑤셔 넣는다. 언젠가 지금보다 더 나은 눈을 갖게 되면 다시 꺼내봐야겠다.
몇 가지 숫자들을 더듬어본다. 2018년 4월 17일. 카카오톡에 첫 번째 이모티콘을 제안한 날이다. 1년. 미승인 수십 개를 연속으로 받은 뒤 슬럼프에 빠졌던 기간이다. 이 땐 원 없이 책을 읽으며 그림 에세이 작업에 몰두했다. 감사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만 2년 5개월.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실제로 도전한 날 수다. 8.8일. 한 세트의 이모티콘 완성하는데 걸린 평균 시간이다. 100건의 제안, 심사 중 5건, 승인 13건, 미승인 82건. 오늘 나의 이모티콘 제안 현황판에 뜬 숫자이다. 이 숫자들이 모여 볼품없는 성적표를 완성했다. 그러나 숫자에 집중하기는 싫다. 대신 이런 질문들을 해본다.
나는 그동안 충분히 성실했을까. 슬럼프가 또다시 온다면 이전보다 잘 이겨낼 수 있을까. 내 이모티콘은 대화의 맛을 좋은 쪽으로 북돋아주는 양념일까.
저 문장들은 어미만 바꾸어서 다짐이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에 성실해야지. 다시 슬럼프가 오더라도 이겨내 봐야지. 다른 사람들의 대화에 해가 되지 않는 좋은 이모티콘을 만들어야지.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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