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서 도합 200개의 이모티콘을 제안했다. 이 중 미승인은 174건이며 승인은 23건, 나머지 3건은 심사 중이다.
이모티콘을 매일 부지런히 그린다. 그 덕에 매주 불합격 메일을 받는다. 미승인 메일은 화요일이나 수요일쯤 도착하는데 어느 날은 한 통, 어느 날은 네 통, 어느 날엔 여섯 개의 불합격 메일이 오기도 한다.
수년간 174번의 불합격 메일을 받았다. 매주 반복되는 거절이지만 익숙하거나 편안하진 않다. '미승인' 세 글자를 확인할 때마다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자욱한 안개처럼 실망이 차오른다. 그러다 한 시간쯤 지나면 차분해진다. 하루가 지나면 침착해진다. 이틀 정도 지나면 꽤 아무렇지도 않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진 않았다. 계속 두드려 맞다 보니 맷집이 조금은 생겼나 보다.
한편 마이클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이렇게 말했다. "... 사회가 우리 재능에 준 보상은 우리의 행운 덕이지 우리 업적 덕이 아님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운명의 우연성을 제대로 인지하면 일정한 겸손이 비롯된다. "신의 은총인지, 어쩌다 이렇게 태어난 때문인지, 운명의 장난인지 몰라도 덕분에 나는 지금 여기 서 있다.""
수십 번 연속 미승인을 받고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다. 그때 나에게 많이 실망했었다. 나는 왜 이렇게 못할까, 왜 이렇게 능력이 부족할까,라고 우울해했다. 이젠 실패를 전적으로 내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나의 불합격이 온전히 내 능력 부족 탓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승인을 받더라도 그것이 고스란히 내 능력 때문이 아닌 것 역시 알게 됐다. 내가 가진 재능이 우연히 심사자들과 현대 사회의 가치에 들어맞았을 뿐이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진 선물임을 믿는다. 많은 미승인과 적은 승인들 모두, 나에게 필요한 것이었기에 주님께서 주신 선물이다.
매주 불합격 메일을 받는 이 일을 나는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다. 살림과 육아를 챙기면서 재택근무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자투리 시간(이라기엔 꽤 많은 시간을 쏟고 있지만)을 모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도 좋다. 나이, 성별, 경력, 학벌을 전혀 묻지 않는 일이라는 점도 만족스럽다. 승인받기가 무척 힘들고, 어렵게 출시한 이모티콘들의 성적 또한 눈부시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일은 나에게 월급을 준다. 판매 실적에 따라 수익이 요동칠지라도 매달 어느 정도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생활에 도움이 된다. 플랫폼이 망하지 않는 한 은퇴가 없다는 부분도 좋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누군가의 대화를 좀 더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는 보람도 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200개의 이모티콘을 그렸다. 그 모든 시간과 과정들에 감사드린다.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 참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의 이모티콘을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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