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큰애가 코로나에 확진 됐다. 그로부터 3일 후 나와 작은애가 확진됐고, 또 3일 후엔 남편이 확진됐다.
온 가족이 집에 격리되어 끙끙 앓았다. 남편과 아이들은 앓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나는 아픈 와중에 가족들을 돌봐야했다. 인터넷으로 장을 보고, 밥을 하고 빨래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했다. 고역이었다. 만사가 지쳐서 그냥 빨리 천국에 가고 싶었다. 가족 중 내가 가장 오래, 많이 아팠다. 밤에 잠을 못 잘 만큼 아팠다. 병원 약을 다 먹고 격리가 끝난 후에도 목이 찢어질 듯 아팠다. 약국에서 추가로 약을 더 지어 먹었다.
일도 잘 안 풀린다. 이모티콘 제안한 것들을 두달 넘도록 몽땅 미승인 받았다. 연속 22번 탈락 중이다. 열심히 부지런히 일했는데 뭐하러 그랬나 싶다. 두 달 내내 깔끔하게 놀기라도 했으면 덜 억울했을까. 자괴감이 든다.
아이들 격리가 끝나는 동시에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애들이 왔다 갔다 하는 소란스런 집에서 짬 내어 그림을 그린다. 애들 방학 때마다 미친듯이 내 방을 갖고 싶다. 늘어난 집안일과 삼시 세끼 식사를 고민한다.
고달프다. 밥 먹는 것도, 일 하는 것도 다 짐스럽다.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가고 싶다. 그러나 이런 날들도 나에게 주어진 몫임을 안다. 나에게 필요하기에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다. 삶에 낀 구름은 내 삶이 사막이 되는 걸 막아준다. 유한한 인생에 취해버리려는 마음을 깨뜨려준다. 내가 자기충족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내 힘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상기시켜준다.
성경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일한 사람이 자기의 수고로 얻는 것이 무엇인가? 나는 하나님께서 사람들에게 지워 주신 짐을 보았다.". "하나님의 선물은 사람마다 먹고, 마시고, 자기의 수고에서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쉬운성경/전도서3:9~13)
나에게 주어진 몫들이 때론 짐이 되기도, 때론 선물이 되기도 한다. 먹는 것 조차 귀찮아지는 날이 있고, 맛있는 걸 먹으며 황홀에 빠지는 날도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실패 앞에서 막막한 날이 있고, 일이 주는 보람과 결실에 웃는 날도 있다. 아픈 날이 있고, 회복하는 날이 있다.
짐이 되었다 선물이 되었다 하는 삶을 산다. 오늘 아침엔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너무 막막했는데 기도하며 1분, 2분 살아보니 또 살아진다.
"사람이 오래 살 때, 매일의 삶을 즐겨라. 그렇지만 어두운 날들도 기억하여라. 이는 그런 날들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너는...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그분을 기억하여라... 너는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쉬운성경/ 전도서 11~12장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