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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 Oct 09. 2022

어떤 사랑을 받고 있나

오전 예배 때 찬송가 16장을 불렀다. 한병기 목사님이 작사하신 곡이었다. 한병기 목사님은 내가 어릴 때 다니던 교회의 은퇴목사님이셨다. 나에게 유아세례를 주신 분인 동시에 내 친할아버지와도 각별한 사이기도 해서 내게도 특별한 목사님이다. 참 오랜만에 목사님의 온화한 미소가 생각났다. 온유하고 겸손한 성품, 청빈한 삶, 목회자들의 목회자라는 존경을 받던 그분을 기억한다. 약해진 몸으로 전하시던 짧은 설교는 내 평생 잊지 못할 말씀이 됐다. 


찬송가 16장은 삼위일체 하나님을 찬양하는 성경적이고 은혜로운 곡이다. 한병기 목사님께서 작사하신 곡이 새찬송가에 들어갔다는 걸 들었을 때 얼마나 반가웠던지. 그 후 이 곡은 내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찬양 중 하나가 됐다. 우리 아이들이 젖먹이일 때도 자주 불러주었는데, 그때 내 찬양 소리가 남편 귀에도 들어가서 남편까지 좋아하게 된 곡이다. 


곡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1. 은혜로신 하나님 우리 주 하나님

우주 만물 만들고 우리를 택하여

사랑하는 자녀로 삼아 주신 것

그 은혜가 고마워 찬양합니다.


2. 하나님의 독생자 우리 주 예수님

우리들의 모든 죄 다 씻기 위하여

이 세상에 오셔서 십자가 지신

그 큰 사랑 그 은혜 찬양합니다.


3. 약속대로 임하신 보혜사 성령님

충만하게 하시어 기쁨을 주시고

구원받은 확신을 주신 사랑에

감사하며 찬송을 드리옵니다. 아멘


창세 전에 나를 선택하여 영원까지 나를 사랑해 주고 계신 전능한 삼위일체 하나님, 어린 아가였을 내 머리 위에 손을 얹어 기도하며 세례를 베푸셨을 목사님... 내가 어떤 사랑을 받고 있는지 더듬다 보니 찬양하던 도중 왈칵 눈물이 났다. 


어려움 속에 빠진 사람을 일으키는 힘은 무엇일까.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가장 기억나는 순간은 무엇일까.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은 일,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 일, 그것들만이 선명하지 않을까.


살다 보면 생의 찌꺼기들이 일상에 들러붙는다. 그 얼룩이 눈을 가려서 내가 이미 구출된 상황 속에 있다는 것, 측정 불가능한 거대한 사랑 속에 있다는 것을 잊곤 한다. 찬송가 16장을 부르며 눈에 낀 때를 조금 흘려버릴 수 있어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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