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녹차 Oct 10. 2022

지긋지긋한 밤 스마트폰질이여 안녕

끊어내고 싶지만 절대로 멈추지 못하는 게 두 가지 있다. 

1. 자기 전에 누워서 스마트폰 보는 것 

2. 많이 먹는 것. 


많이 먹는 건 아직도 조절이 안 된다. 반면 밤 스마트폰질은 최근에 싹둑 끊었다. 수년간 갖은 쌩 쇼를 하면서도 못 끊던 고질병을 슈퍼 울트라 의지박약인 내가 어떻게 끊었을까.


그림 작업, 집안일, 육아의 톱니바퀴를 정신없이 돌리느라 낮엔 스마트폰을 볼 시간이 없다. 그러나 자려고 누워서는 모닥불처럼 아른거리는 휴대폰의 불빛에 눈을 고정시켜 멍을 때린다. 기가 막히게 달콤한 시간이다. 얼마나 중독적이고 매력적인 휴식인지 모른다. 하루의 스트레스를 씻는다는 핑계로 쓰잘데기 없는 영상을 셀 수 없이 소비한다. 그러다 보면 다음 날 늦잠을 자기 쉽다. 일찍 일어나더라도 눈이 걱정스러울 만큼 뻐근하다. 핸드폰을 붙잡고 있었던 손목이 욱신거리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자괴감이 밀려온다. 헛짓 하느라 제 몸을 스스로 갉아먹은 어제의 내가 지독스럽게 원망스러워진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밤이 되면 '에라 모르겠다' 하며 그 짓을 반복하는 것이다.


악순환을 멈추기 위해 스스로 스크린타임(아이폰 사용 시간제한 기능)도 걸어봤다. 그러나 내가 비번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스크린타임을 걸어봤자 소용 없었다. 차단 시간이 되어 휴대폰 화면이 검게 변하면 얼른 비번을 쳐서 스크린 타임을 풀어버렸다.


휴대폰을 서랍에 넣고 자보기도 했다. 아침 알람 기능은 탁상시계로 대신했다. 하지만 계속 유혹을 받았고 머지않아 스마트폰을 다시 서랍에서 꺼냈다. 탁상시계 구입은 헛돈질이 됐다.


자물쇠가 달린 파우치에 휴대폰을 넣어 보기도 했다. 자물쇠 비번은 아이들에게 부탁했다. 아이들만 아는 숫자로 비번을 설정한 후 아침이 되면 아이들이 그것을 풀어주기로 했다. 처음엔 순조로웠다. 하지만 매일 밤과 아침마다 애들에게 자물쇠를 부탁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너무 바빠서, 깜빡해서, 아이들이 나보다 일찍 잠들어서 등등 변수가 많았다. 결국 이 방법도 지속 불가능했다.


그러다 최근에 마침내 핸드폰을 남편에게 가져갔다. 남편 얼굴 앞에서 스크린타임 화면을 띄운 후 내가 알지 못하는 비번을 설정해달라고 했다. 그날부터 나의 밤 스마트폰질은 상큼하게 끝났다.


그러나 며칠 후 금단현상이 왔다. 이불에 누웠는데 미치도록 스마트폰이 하고 싶은 것이다. 내 스마트폰은 새벽 5시에나 잠에서 깨어날 예정이었다. 갈등 끝에 아이패드에 손을 댔다. 크고 무겁기 때문에 누워서 보기엔 전혀 적합하지 않은 아이패드 프로를 낑낑 붙잡고 한 시간이나 유튜브를 헤맸다.


다음 날 아침, 죄지은 학생 같은 심정이 된 한심한 나는 아이패드를 남편에게 가져갔다. 스크린타임 화면을 띄운 후 내가 모르는 비번으로 설정해달라고 다시 부탁했다. 남편은 말했다. "에? 이것도?" 두 번 연속으로 남편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게 완전 쪽팔렸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쉽게 조절할 수 있다는 걸 진작에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남편 보기 창피해서 부탁을 못했다. 어떻게든 내 의지로, 내 노력으로, 이를 악물고 스마트폰과 싸워서 이겨내고 싶었다. 그러나 이젠 인정한다. 밤 스마트폰질 중독에서 나는 스스로를 구출할 수 없다는 것을. 


남편의 도움으로, 지긋지긋하고 수치스러웠던 밤 스마트폰질에서 마침내 벗어났다. 자유인이 된 달콤함, 이불에 누워 기도를 드리다가 서서히 잠드는 달콤함, 아침에 가뿐한 컨디션으로 깨어나는 달콤함은 밤 스마트폰질보다 더욱 달콤하다.


이제 많이 먹는 것만 고치면 되는데...

작가의 이전글 어떤 사랑을 받고 있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