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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 Oct 17. 2022

이토록 허약한 첨단 기술(카톡 오류/화재)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카톡 PC버전이 로그아웃 됐다. 그다음엔 카톡 이모티콘 스튜디오(이모티콘을 업로드하는 사이트)에 접속이 안 됐다. 작업을 업로드해야 하는데 난감 그 자체였다.


이모티콘 스튜디오엔 '페이지 오류'라는 글만 계속 뜰 뿐이었다. 혹시 컴퓨터에 무슨 바이러스라도 감염된 건 가 싶어 겁이 덜컥 났다. 그런데 큰애도 카톡 메시지가 안 보내진다며 곤란해했다. 검색해 보니 속보가 떠 있었다.


"카카오톡 또 오류?... 로그인 시도시 -500 오류코드"


내 PC에 문제가 없다는 걸 알고 일단 안심했다. 하지만 카카오 플랫폼을 일터로 삼고 있는지라 이런 오류가 전혀 반갑지 않았다. 더구나 카카오 서비스는 한두 개가 아니다.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티스토리, 다음, 브런치... 이것들 중 나는 카카오톡, 카카오뱅크, 브런치를 사용하고 있다. 세 가지 서비스 모두 내 생활 속에 바짝 밀착돼 있다. 다음 주엔 당장 카카오 이모티콘 수익 정산을 앞두고 있는데 이번 달 수익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건가? 카카오뱅크에 붓고 있는 예적금을 생각해도 아찔하다. 만기되는 데로 다른 은행으로 옮기고 싶다. 브런치도 접속이 안 된다. 이 글은 언제쯤 브런치에 올릴 수 있으려나.


내 생활의 중요한 부분들을 하나의 회사에 너무 많이 의탁한 것이 후회된다. 서비스나 상품을 이용할 때도 분산투자 같은 법칙을 적용하는 게 안전하다는 것을 오늘의 경험으로 깨닫는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의 부작용을 이 기회에 체험하는것도 같고.


한편, 동시간대에 네이버 페이도 오류가 발생했다. 구매 후기가 등록되지 않길래 알게 됐다. 아니, 카카오랑 네이버가 왜 이러는 거지? 


몇 시간 후 다시 뉴스가 떴다. 판교 SK C&C 데이터 센터 지하 3층의 화재로 카카오뿐 아니라 네이버 일부 서비스에도 문제가 생긴 것이란다. 화재 규모가 꽤 커서 인원 60여 명과 펌프 차 2여 대를 동원하여 진압 중이라고 한다.(출처)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그런데 기사를 아무리 읽어봐도 복구가 언제쯤 될는지, 복구가 되긴 하는 건지에 대해선 정확히 알 도리가 없었다. 


첨단 기술의 허약함에 입맛이 썼다. '쓴맛' 하니까 생각나는데, 오늘 처음으로 '타이타우 익스클루시브 카카오 99% 함량 다크초콜릿'을 먹어봤다. 한 조각 만으로도 정신이 번쩍 드는 쓴맛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카카오 주식회사의 비틀거림이 더욱 씁쓸하게 다가온다.


국내 IT 대기업 두 곳이 동시에 삐거덕거린 하루. 지구상에 영원한 건 없다는 진리가 새삼 진하게 와닿는다. 카카오는 나의 영원한 밥줄이 못된다. 네이버는 나의 영원한 놀이터도, 슈퍼마켓도 될 수 없다. 하나님만이 내 안전한 터전이며 흔들리지 않는 반석이시다. 내가 딛고 있는 땅을 묵상해 보니 입안의 쓴맛이 비로소 묽어진다.


그러므로 주 여호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보아라. 내가 시온에 주춧돌을 놓겠다. 그 돌은 얼마나 견고한지 시험해 본 모퉁잇돌이다. 이 돌은 귀하고 단단한 돌이니, 누구든지 그것을 의지하는 사람은 절대로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쉬운성경/ 이사야28:16)


(2022. 10. 15. 토요일에 작성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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