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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 Oct 14. 2022

남편 허리가 나가버렸네?

며칠 전, 남편이 허리를 삐끗했다. 나도 거길 아파봐서 안다. 허리 고장 만큼 곤란한 게 없다는 걸. 내 경우엔 애 둘을 하도 업어준 끝에 허리가 고물이 됐다. 한창 심할 땐 움직이는 건 꿈도 못 꿨고 숨만 쉬어도 허리가 너무너무 아팠다. 가능한 꾸준히 걸으려는 이유 중 하나도 허리 건강 때문이다. 다행히 지금은 일상생활에 무리 없이 잘 지낸다. 그런데 이젠 남편 허리가 나가버렸네?


남편은 기침만 해도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씻을 수도 없고, 움직이기도 힘들고, 앉든지 서든지 눕든지 다 힘들고, 걷기도 힘든 처지가 됐다. 그런데도 병원에 안 간다고 버텼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는 논리였다. 그의 고집을 꺾을 재주가 없는 나는 "병원 가서 잘못된 부분이 근육인지 뼈인지 진찰도 받고 주사도 맞고 물리치료도 받아야 빨리 나아요"라고 입바른 소리를 한두 번씩 툭 툭 던지며 남편의 이불을 깔아주고 양말과 바지를 입혀주었다. 마침내 오늘 오전 즈음, 너무 아파서 더는 못 참겠는지 남편은 백기를 들고 스스로 병원에 갔다. 병원에서 진료, 주사, 물리치료 삼 종 세트를 받고 약도 잡수시니 저녁 즈음에 바로 차도를 보였다. 움직임이 조금 편해진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잘 시간이 되어 이불을 깔아주는 내 옆에서 표정이 한결 살만해진 남편이 말했다. "이거 뭐 그냥 시간 지나면 낫는 거네? 병원 괜히 갔나 봐요." 신음 소리만 끙끙 나오던 입에서 장난 같은 말이 나오는 게 반가웠다. 그래서 사랑을 담아 기쁜 마음으로 이렇게 말해줬다. "어휴! 진짜, 때릴 수도 없고! 내일도 물리치료 꼭 받으러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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