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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 Mar 28. 2023

자기혐오


2023. 3. 24



나에겐 오랜 버릇이 있다. 바로 ‘자기혐오’이다. 온갖 이유로 내가 싫어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싫어. 나도 내가 싫어’라는 생각을 마음속으로 또박또박 말한다.


어제와 오늘은 짙은 자기혐오의 날이었다. 정당한 이유와 빡빡한 잣대를 들이대며 나를 미워했다. 힘들었다.


마음이 힘드니 시편 1편 말씀이 생각났다. 복된 사람으로 회복되고 싶었다.

“행복한 사람...그는 여호와의 가르침을 즐거워하고, 밤낮으로 그 가르침을 깊이 생각합니다.” (쉬운성경/ 시편 1:1상~2)

내 마음과 삶이 행복하려면 하나님의 말씀을 가까이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러기로 했다.


아침엔 빌립보서를 읽었다. 거기서 이런 말씀을 봤다.

“그분은 우리의 죽을 몸을 변화시키셔서, 그분의 영광스런 몸과 같이 바꾸어 주실 것입니다. 모든 만물을 다스리시는 그분의 능력이 우리를 변화시키실 것입니다..”(빌립보서 3:21 하)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죽을 때 까지 자기혐오를 극복하지 못할 거라고. 그런데 하나님은 나의 죽을 몸을 부활의 몸으로 변화시키겠다고 약속하셨다. 그러니 그분은 내 마음의 고질병을 고쳐주고도 남을 것이다. 수십 년 묵은 나의 자기혐오보다 영원하신 하나님의 약속을 믿겠다.


오후엔 김관성 목사님의 간증 영상을 봤다. 자신의 어려웠던 인생을 소개하신 후 다음과 같이 결론 내리셨다.

“아무리 열심히 몸부림치며 살고 기도하며 하나님을 찾아도 안 되는 인생... 가장 초라한, 가장 막막한, 내가 생각해도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물과 한숨으로 점철되어진 그러한 인생도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성공하고 형통하고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삶만이 하나님 앞에 영광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믿음으로 살아낸 모든 순간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재료가 됩니다. ”


금요 기도회에서는 ‘공감’, ‘광야를 지나며’라는 찬양을 불렀다. 찬양의 가사를 통해 하나님은 또 나를 토닥이셨다. 눈물이 핑 돌았다.

“주님이 우리의 아픈 맘을 아시네/ 가까이서 우리의 아픔에 공감하시네/ 우리 가운데 찾아 오셨던 그 주님이/ 우리의 모든 상황에 공감하시네” (‘공감’)

“왜 나를 깊은 어둠 속에 홀로 두시는지/ 어두운 밤은 왜 그리 길었는지... / 주님만 내 도움이 되시고 주님만 내 빛이 되시는/ 주님만 내 친구 되시는 광야/ 주님 손 놓고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곳 광야” (‘광야를 지나며’)


금요 기도회 설교 본문은 시편 49편과 73편 이었다. 말씀을 읽고 들으며 내 맘을 위로해주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님은 내 영혼을 무덤에서 건지실 것입니다. 이는 그분이 나를 붙드시기 때문입니다.”(쉬운성경/ 시편 49:15하) “내 몸과 마음이 점점 약해집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내 마음의 힘이시며 영원한 나의 전부이십니다.”(쉬운성경/ 시편 73:26)


하나님의 말씀 앞에 나를 노출시키면 그분이 날 고쳐주신다. 최고의 의사이신 하나님께서 오늘도 날 정확하게 진단하시고 유능하게 치료하셨다. 그러나 이 처지는 피부에 닿는 차가운 청진기 같지 않다. 사랑이 가득한 따뜻한 손길이다. 나 같은 것에게, 이렇게나 알맞고 이렇게나 과분한 사랑을,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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