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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 Mar 30. 2023

필수과목

2023. 3. 27     


남편과 산책하면서 온갖 꽃들을 만났다. 벚꽃, 수선화, 애니시다, 버베나, 민들레 등... 꽃 사진을 찍느라 걸음을 자꾸 멈춰야 했다. 베란다 난간 화분에서 월동했던 노란 송엽국도 만개했다. 수천 장의 노란 잎이 방긋 방긋 피었다. 꽃을 보고 또 보고 싶어서 일하다 말고 자주 베란다로 나가고 싶었다.     


봄꽃들을 보니 예전에 읽었던 책의 문장이 생각난다.


“단순히 기온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식물이 꽃을 피우는 것은 아닙니다. 반드시 겨울을 온전히 지내고 나서야 꽃을 피울 수 있어요. 겨울의 낮은 온도에 노출되어야 꽃의 분화가 일어나고, 그래야 봄에 꽃이 피는 거거든요.” -이소영, 『식물의 책』     


겨울의 혹독함은 꽃을 피우기 위한 필수과목이다. 이 말은 자연 법칙인 동시에 인생살이의 은유 같기도 하다. 나도 인생의 찬바람을 자주 맞고 있다. 그러니 주님께 더욱 감사해야겠다. 날 얼어 죽게 하시려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하시려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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