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숨겨진 과거

회귀녀의 첫사랑 킹카 쟁취기!

ㅡ내가 S.E.S 유진보다 더 예쁘고 춤도 잘 춘다고? 자식,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후훗.

비록 개좆남의 말이지만 어깨가 으쓱해진다.

아니지, 나 지금 뭐하는 거야.

개좆남하고는 절대 엮이지 않기로 했잖아. 잊었어? 결혼 후 끔찍했던 날들.

신혼 초, 좆남이와 나는 우리만의 달콤한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띵동.

아니, 갑자기 누구?

"음식 배달 시켰어?"

"아닌데."

좆남이는 우물쭈물 하면서 현관으로 나갔다.

곧 이어 문을 탕탕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아, 얼른 열어. 팔 뿌러지겄네."

오 마이 가스레인지!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는 거 있기 없기!

시매미였다.

시매미는 두 손 가득 바리바리 반찬을 싸온 것이었다.

"어이 우리 아기 얼굴 좀 보자. 얘, 너는 애를 잘 먹이고 있는거 맞니? 얼굴이 왜 이리 상했쪄? 우리 새끼."

어이가 없었다.

지금 21세기에 일어나는 일이라니.

시매미는 주방을 왔다갔다 하더니 곧 뚝딱 한 상을 차려냈다.

"좋남아! 이리 와 밥 먹어. 사람은 밥심이여. 냉장고 보니까 텅텅 비었네. 쯧쯧. 살림 꼬라지 하고는."

충 to the 격!

충격과 공포!

태어나서 이런 수모는 처음이었다.

어디가서 예쁨만 받고 일 잘하고 똑 떨어진다는 말만 듣고 살아온 나에게 시매미의 폭언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무섭게 좆남이를 쳐다보았다.

상황을 처리하라는 뜻이었다.

"헤헤. 엄마가 해 준 밥이 최고야."

오, 시발!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

좆남이는 밥을 무려 세 공기나 처 먹는 기염을 토했다.

정말이지, 엄마 밥이 무척 그리웠던 모양이었다.

정말 바퀴벌레 한 쌍이었다.

"오, 그랬져? 우리새끼. 많이 먹어. 엄마가 또 해다 줄게."

내 앞에서 순한 양이던 좆남이는 엄마 앞에서는 순한 양이다 못해 흐물거리는 종이 인형이었다.

오, 쉤!

내 결혼 좆망했쓰!

난 직감했다.

그리고 정말이지 매주 일요일, 시매미의 띵동 소리를 들을 줄이야.

그런 내가 지금 좆남이 새끼가 하는 말에 휘둘리고 있으면 안 되지.

저 새끼는 물러터진 새끼란 말이야.

왜 저 새끼의 칭찬에 으쓱해지는 거니.

정신 차리자.

지금 너는 정훈이를 차지하려고 좆남이를 이용하려는 것 뿐이야.

정신 차려. 김소영.

네 최후 목표는 정훈이란 말이야.

"그런데, 할 이야기라는 게 뭐에요?"

아 참 그렇지.

정훈이한테 질투유발하려고 좆남이와 할 말 있다고 하고 좆남이 어깨에 팔 두르고 쌩 돌아나왔잖아. 보란 듯이.

이 새끼. 그걸 기억하고 있어. 그냥 넘어가지.

"할 말이요?"

그래, 이 참에 확실히 해두자.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저 좋아하지 마세요."

뭐지, 이 오글거리는 대사를 내가 뱉었단 말야?

이게 아니지.

으, 으흠. 다시 목을 가다듬고!

"저한테 장미 같은 거 주지 말라고요."

아니, 이게 아니지. 꼭 앙탈 부리는 거 같잖아.

뭐야, 뭐야. 김소영.

갑자기 시매미 얼굴이 둥실 생각나자 단전에서부터 나도 알 수 없는 힘이 솟구친다.

"내 앞에서 꺼지라고 시발. 다신 나타나지 말라고."

"네?"

혼비백산해서 좆남이가 도망간다.

아니나 다를까. 저 새끼는 도망가다가 꼭 자기 발에 걸려서 넘어지는 몸개그를 한다.

웃지 마. 지금 심각한 상황이야.

절 대 로, 저 새끼랑 엮이면 안 돼. 김소영. 알았지?

나는 블링블링 과즙팡팡 귀염귀염 인기쟁이 스무살 퀸카 김소영이야!


사실 난 모태 미녀가 아니다.

ㅠㅠㅠ

이 사실을 고백하기는 싫지만 사실이다.

나는 좆뚱뚱이였다.

고등학생 때까지.

수능이 끝나고 나는 독하게 마음먹었다.

다시 태어나기로.

그때부터 줄넘기를 달고 살았다.

아침먹고 줄넘기

점심먹고 줄넘기

자기 전에 줄넘기

줄넘기를 세 달간 하니 이십킬로가 빠졌다.

그래도 성이 차지 않았다.

엄마를 졸라, 그 무섭다는 지방 흡입 수술을 했다.

다행히 이목구비는 엄마를 닮아서 살만 뺏는데도 얼굴이 예뻐졌다는 것은 개뻥.

싹, 다 갈아 엎었다.

몇 억이 들었다.

다행히 엄마, 아빠가 날 지원해줬다. 시집이라도 잘 가야 한다면서.

그리고 대학에 온 것이다.

난 고등학교 때 인연을 모두 끊어 버렸다.

그 때의 사진도 모두 불태웠다.

그래서 나는 안다.

못생겨지면 안 된다는 것을.

처음 다 싹 갈아엎고 캠퍼스에 등장했을 때, 남자 아이들의 휘둥그레 해 지는 눈동자를 처음 느꼈을 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처음 느껴보는 쾌감이었다.

지금은 익숙하지만.

그래서 난 1학년 1학기를 휴학하고 2학기에 처음 학교 생활을 시작한 것이었다.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른다.

몰라야 한다.

하지만 서른이 넘고나서부터, 뭔가 이상해짐을 느꼈다.

얼굴이 흘러내린다는 그런 느낌?

얼굴을 통째로 갈아 엎었기 때문에 할 당시에는 고칠 데 없이 완벽했지만

수시로 리터치를 해 줘야 하고 리프팅이며 관리가 들어가야 하는데

서른이 넘고 결혼 생활을 하다 보니 관리를 하지 못했다. 서서히 소홀해졌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얼굴이 무너져 가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안 돼!

그 뿐 아니라, 나잇살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도 찌기 시작하고.

한 마디로 스무살의 내가 아니었다.

아 너무 싫어.

하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쌍커풀도 풀리는 거 같고, 코도 다시 낮아지는 거 같은 건 느낌 탓일까. 그리고 깎은 턱선이 다시 자라나기 시작하고.

계속해서 관리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살다 보니깐 그런 관리를 계속하지 못했다.

살도 마찬가지이다.

살 빼는건 존나 어려워도 찌는 건 한순간이었다.

특히 나이가 들어가면서 허리살이 느는 데 그건 충격이었다.

나의 불찰이었다.

그리하여 마흔쯤,

나는 다시 어느 정도 살이 붙은 그런 중년의 그저 그런 여성이 되고 만 것이다.

아무도 나의 과거를 알아서는 안 된다.

내가 고등학교 때까지 좆뚱뚱이였다는 것을.

그때 난 자존감도 낮았었다.

하지만 살을 빼고 성형 수술을 하고 나니 자존감이 절로 올라가는 걸 경험했다.

지금 스무살로 돌아가니 그때의 그 모습, 막 살을 빼고 성형 수술을 하고 나서 완벽한 얼굴이 되고 나니 천국이다.

앞으로는 관리에 소홀하지 말아야지,

백번 천번 다짐해 본다.

내 얼굴은 소중하니까.

그 무엇보다.

좆남이는 결혼 하고 우리 집에 와서 물어본 적이 있긴 했다.

"자기는 왜 학창 시절 때 사진이 없어? 구경하고 싶은데?"

난 말없이 그 말을 씹었다.

그러자 좆남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후로.

정훈이를 사귈 무렵 정훈이 역시 내게 물어보았었다.

정훈이는 워낙 친구가 많아서 떼로 만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타입이다.

"언제 고등학교 친구들 데리고 나와 봐. 나도 내 친구들 데리고 나갈게. 같이 놀면 재밌잖아."

ㅡ고등학교 때 친구가 없어. 찐따 였어.

라고 당연히 말하지 않았다.

"글쎄. 애들이 다 바빠서 시간 맞추는 게 어려울 거 같네."

그렇게만 말하고 넘어갔을 뿐이다.

그래서 난 더욱이 정훈이에게 끌렸던 거 같다.

저 당당함.

자신감.

타고난 매력.

사람을 끄는 매력이 정훈이에게는 모태부터 있었다.

오똑한 콧날에 큰 눈, 오목조목한 이목구비. 작은 얼굴. 긴 목. 그리고 큰 키.

내가 좆나게 3개월 간 개 고생해서 얻은 걸 그는 태어날 때부터 그저 가지고 있었다.

그에게서는 빛이 났다.

다행히 나에게는 춤이라는 무기가 있었다.

몸은 뚱뚱해도 난 춤을 잘 췄다. 집에서만.

곧잘 춤을 따라 추곤 했다.

"쟤는 몸만 날씬했어도......"

주위 아주매미들의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나는 티비에 나오는 연예인들을 곧잘 따라하곤 했다.

그래서 대학교에 들어오자마자

난 댄스 동아리로 향했고,

서서히 퀸카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 서막은 대학교 축제였다.

그때 내가 뭘 췄더라.

박지윤의 '성인식'이었나.

암튼, 엄청 끈적한 곡이었는데

그 곡을 하고 나서부터 난 퀸카로 등극했다. 저절로.

그리고 듣는 수업마다 남자들의 시선을 받아내야만 했다.

도서관에서 공부 좀 할라치면 쪽지가 수시로 날아왔다.

그것도 좀 성가시긴 했지만 못생겼을 때와 비교하면 천지차이였다.

정훈이하고는 교양 수업에서 만났다.

발표 수업을 하는 거였는데

내가 발표자가 되던 날이었다.

내가 발표를 하러 앞으로 나가자 사람들이 모두 날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여자들의 질투와 남자들의 반짝반짝한 눈들, 이제는 익숙했다.

"저기, 난 컴퓨터 공학과 최정훈이야."

당연히 알지.

우리 학교 킹카.

"시간 되면 커피 마실래?"

우훗. 처음부터 받아들이면 재미 없지.

"미안. 바빠서."

난 콧대를 높이며 뒤를 돌았다.

그가 쫓아오는 게 느껴졌다.

"초면에 들이대는 것처럼 느껴졌다면 미안해.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

너무나 정직한 말에 나도 모르게 그를 보았다.

그 깊고 맑은, 호수같은 눈동자를.

그가 웃었다.

나도 따라 웃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그런 웃음이었다.

"그럼 무슨 의도였는데?"

난 당돌하게 물었다.

"너와 친해지고 싶어."

김이 빠졌다.

킹카에게는 모든 게 다 쉬운 일이구나.

"저기, 전화 번호 좀 알려줄래?"

그는 내게 조심스레 물어왔다.

그리고 간간히 내게 문자를 해 오고

첫 데이트를 시작하고

몇 번 데이트 후에 사귀자는 말을 들었을 때,

난 그야말로 하늘로 솟는 기분이었다.

그와 사귀는 동안 난 내내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그리 뿌리 깊지 못한 내 자존감은 내게 '넌 자격이 없어. 그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애야.' 라고 속삭였고

나는 그를 심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에게 집착하기 시작했고....

결국 그는 견디지 못해 일년 만에 내게 헤어지자고 통보해 온 것이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스무 살로 회귀한 이상,

난 당당해져야 한다.

그리고 절대 그에게 집착하지 않도록 하자.

난 블링블링 반짝반짝 과즙팡팡 인기쟁이 스무살 퀸카 김소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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