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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Dec 31. 2022

엄마

오래 사세요 

어제 남편과 친정에 갔다. 

다 같이 점심을 먹고 부모님과 남편, 남동생과 같이 커피숍에 갔다. 엄마는 자신이 계산할 거라고 가게에 들어서기 전부터 말했다. 


- 우리는 둘이 같이 바닐라 라떼 마시면 돼. 

난 엄마에게 말했다. 

아빠는 메뉴판을 찬찬히 흝어보더니 에스프레소를 마신다고 했다. 메뉴판 가장 위에 써 있고 가장 싼 가격이라서 그런 것 같다. 


-엄청 진할 텐데요. 

남편이 말했다. 그려? 하고 아빠는 그 밑의 아메리카노를 골랐다. 

- 아메리카노 두 잔 주세요. 

엄마와 남동생과 아빠는 아메리카노 두 잔을 나눠 마시려고 하는 것 같았다. 카운터에는 '1인 1메뉴 부탁드립니다' 라고 써 있었다. 우리 가족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자리를 잡고 엄마는 텀블러를 가방에서 꺼냈다. 그리고 갑자기 텀블러를 카운터에 가져가려고 했다. "여기에다가 담아달라고 할까." 엄마가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는 일을 번잡스럽게 만들지 말라며 소리쳤다. 익숙한 장면. 


"난 커피 마시면 잠 못 자서 안 마신다."

엄마가 말했다. '그러면 왜 아까 주문할 때 아무 말도 안하고?' 생각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진동벨이 울리고 남편이 커피를 받으러 갔다. 엄마는 카운터로 가서 머그컵 하나를 더 받아왔다. 뭘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커피를 나누려고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엄마의 저런 모습이 궁상스러워 보여서 너무 싫었는데 이번에는 아무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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