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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Mar 11. 2023

살자  

나에게 보내는 편지 

글쓰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다 어디에 숨어있는 걸까. 같이 소설 합평도 하고 그냥 웃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실없이 길거리에 앉아 있기도 하고 싶다. 이런 게 사는 거 아닐까. 난 지금까지 뭘 하고 산 걸까. 내 사람 하나 만들지 못하고. 어디에다가 다 시간을 써버린 걸까. 쓸데없는 일 하면서.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그러고 살고 싶을 뿐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쉬면서. 누군가 기형도 시인의 죽음에 대해서 쓴 글이 생각난다. '우리는 입 속의 혀처럼' 삶에 묶여 있다는 표현. 입속의 혀처럼. 십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는 입속의 혀처럼 묶여 있지만 그는 날아갔다는 취지의 글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자유롭게. 

자유롭게 살고 싶어. 

누구와도 나를 비교하지 않고 늘 당당하게. 

무엇보다 많이 웃고 싶다. 


늘 뭔가 될 수 있다고, 나는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생각조차도 그냥 버리고 싶다. 누군가 그랬다. 하루를 행복하게 살 줄 아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인생을 행복하게 살 줄 아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행복이라는 단어나 개념조차도 집착하고 싶지 않다. 그저 자연스럽게. 개울 물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듯이 그렇게 살고 싶다. 너무 많은 생각 하지 않으면서. 안달하지 않으면서. 너무 애쓰지 않으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 


이렇게 쓴다는 것은 사실은 잘 안된다는 것이다. 나는 욕심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사실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토요일 저녁에 집에서 쉬지 못하고 뭐라도 남기려고 근처 커피숍에 나와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내가 그토록 원하는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면 행복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성취와 내면의 만족은 다른 이야기이다. 

내면이 충족되지 않으면 늘 공허하고 불안해지는 게 사람이다. 얼마나 거대한 명예를 얻었건 거부가 되었건 상관없는 이야기이다. 


내면을 잘 가꾸어야 한다. 내면의 꽃이 활짝 피어나게. 그러기 위해서는 신앙 생활을 잘 가꾸고 예수님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내면의 공허함을 어느정도 해결받을 수 있다. 


그리고 다음은 주변인들과의 관계이다.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사람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늘 겸손해야 한다. 나는 이제는 이건 자신 있다. 나는 쥐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자신과의 관계. 나 자신과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 자존감이 낮은 나는 이게 제일 어려운 문제이다. 나 자신을 보듬어 주고 예뻐해주기. 


글을 써서 잘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일일 뿐이다. 글이 곧 나는 아니다. 이제는 이걸 알겠다. 글도 그저 나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하지만 이 생각도 역시 집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내면의 충족에만 집착해서는 또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고 어디에도 얽매이면 안 된다는 이 생각에도 집착하면 안 될 것이다. 


모든 걸 순리대로.

하나님 뜻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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