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의 자기 계발

3. 연락 끊긴 친구에게 연락하기

한참동안 브런치를 하지 않았다. 마지막 글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와중에 어떻게 하면 글로 이 아픔을 승화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만든 매거진 '우울증 환자의 자기 계발'이었다. 그 글에서 친구를 만들고 싶다고 썼다. 마음 맞는 친구를 만들고 싶다고.


브런치를 하지 않는 동안 친구를 좀 만들었다. 우선 십년 이상 연락을 하지 않았었던 고등학교 친구를 다시 찾았다. 혹시 아직까지 카톡 친구로 남아 있나 싶어 찾아봤더니, 다행히 그 친구가 숨김 친구 명단에 있었다. 용기를 내서 그 친구에게 카톡을 보내보았다.


'혹시 __ 고등학교 같이 다닌 ____니?'

친구가 답을 해왔다. 무슨 일이냐는 말과 함께.


'네가 내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 의미인지를 깨닫게 되었어.'

그러자 그 친구는 '그럼 다행이고.' 하면서 내 문자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었다. 그 후로 그 친구와는 거의 매일 문자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교직원으로 일하며 힘들게 지낸다고 한다. 일이 많고 자신을 투명 인간 취급하는 직원이 있어 마음이 힘들다고 한다.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며 이 마흔 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림 그리기 수업을 시작했다. 나는 고양이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우리는 낙서할 거에요." 선생님이 온화한 목소리로 말씀해 주셨다. 부담 갖지 말고 그리라는 이야기이다. 네. 고마워요. 선생님. 그 말을 들으니 한결 마음이 놓이네요. 마음 속으로 이야기했다.


매주마다 모여서 그림을 그린다. 그 시간이 정겹다. 잘 그리건 못 그리건 상관없다. 선생님 말대로 그저 낙서하는 시간. 재미있게 그리고 마음에 담아가는 시간이다.


교회에서 삼십대 이상의 여자들과 일주일에 한번 모여서 교제를 나누는 걸 시작했다. 첫 모임에서 "혼자 있으면 나쁜 생각만 들고, 살기 위해서 나온 거에요. 요새 매일 울어요. 마음이 힘들어서." 말하면서 또 눈물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이 날 위해 기도해 주었다. 그 마음이 너무 따듯했다. 사람들이 날 위해 기도하는 그 말들을 가만히 들었다. 다음날 일어났는데 마음이 가뿐했다. 놀랄 정도였다. 기도의 힘이란 정말 대단한 거구나를 느꼈다.


매일 우울했는데 요새는 많이 괜찮아진 것 같다. 토요일마다 성경 공부 모임에 나가고 새벽 기도회 말씀을 온라인으로 들어서인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모임에 참석해서인가. 아무튼 예전보다는 훨씬 낫다.


우리 냥이들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냥이들에게 봄을 맞이하여 캣폴을 선물해 주었다. 오마이갓! 민첩한 둘째냥과 달리 첫째냥이가 그만 캣폴에서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냥이는 괜찮은 것 같이 보이지만 그때부터 왠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나와 거리를 두는 것이 느껴진다. 예전에는 나를 엄청나게 찾았다면 요새는 별로 찾지 않는다. 나 때문에 캣폴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걸까.


내가 투명 해먹에서 먹으라고 먹이를 그 안에 놓아두었는데 민첩한 둘째가 재빠르게 와서 먹고 첫째가 해먹 냄새를 맡으면서 킁킁대다가 떨어졌는데 그래서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왠지 그 후로 조금 의기소침해진 것도 같고 나와 거리두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저 내 기분 탓일까. 모르겠다.


지금 이 글을 쓰는데도 예전 같으면 내 주변에서 자고 있을 텐데 지금은 거실 어딘가에 있는 걸 보니 그런 것도 같고. 기분 탓이기를 바래본다.


아무튼 요새는 한창 힘들 때보다는 살만 하다는 근황.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반지 속 문구처럼 힘든 게 한차례 지나간 걸까. 힘든 일을 겪으면서 느낀 것은 사람이 참 아름답다는 사실이다. 날 무너지지 않게 지켜준 커피집 아저씨. 매일 커피를 건네주는 아저씨와 담소 나누던 그 시간이 날 살게 했다. 그리고 내 옆의 동료. 내가 힘든 걸 알고 그저 묵묵히 있어주면서 내가 필요할 때, 무언가를 물어보고 요청했을 때 늘 응해주었던 동료. 카톡으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응원을 주고받은 친구.


이 아름다운 사람들을 내게 보내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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