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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May 29. 2023

사랑받을 줄 아는 냥이

저를 사랑해 주세요. 당신의 시간에.  

-만져달라냥.


집사가 깨었다는 걸 귀신같이 알고 폴짝 침대에 뛰어올라 내 앞에 두 발을 모으고 앉는 냥이. 등을 만지면 두 앞발을 내려모은다. 등을 계속 어루만지면 뒷발 두개도 내린다. 그리고는 등을 긁어주며 만져주는 집사의 손길을 한참 즐긴다.


눈을 감고 고개를 한껏 쳐든다. 목덜미를 긁어달라는 것이다. 명령대로 해드려야죠. 목덜미를 긁어주면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는 게 느껴진다. 한껏 목을 빼고 그 순간을 음미한다.


그러다가 옆으로 눕는다. 옆도 만져달라는 것이다. 네. 주인님. 해드려야죠. 옆으로 누워서 집사의 몸에 닿는 집사의 손길을 만끽한다.


냥이가 집사에게 자신을 만지라 명령할 때 끼룩거린다. 고양이 소리를 인간 말로 옮기기가 어렵지만 끼룩이라는 단어가 제일 어울릴 듯하다. 끼룩끼룩 거리면 아, 고양이가 예뻐해달라고 그러는구나 알 수 있다.


-엄마한테 와.


이렇게 말하면 멀리서 내게 걸어온다. 등을 만지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눕는다. 등을 만졌다가 목덜미를 긁어주었다가 몸 옆판을 긁어주었다가 무한 루프를 시작한다. 어느정도 만족하면 일어나 가버린다.


다음의 경우는 무조건 눕는 경우. 대개 아침에 그러는데 방 안에서 실컷 만져주고 거실로 나왔을 때에도 가끔 이런다. 거실에서 물을 마시려 서 있으면 발등에 머리를 대고 누워버린다. 어쩔 수 없다. 즉시 앉아서 만져주길 시작한다. 다시 무한 루프 재생. 역시 만족하면 가버린다.


자신의 욕구 충족을 중요시하는 냥이라도 기이하게, 또는 신기하게 사랑받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집사가 글을 쓸 때이다.


침대에 식빵을 구우며 집사가 글을 다 쓸 때까지 조용히 기다린다. 집사가 펜을 놓거나 컴퓨터를 닫으면 그때 내게 다가온다.


냥이도 기다릴 줄 아는데.


나도 나의 때를 기다려야 하리.

간구하며 기도하며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오늘도 냥이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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