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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Oct 19. 2023

고양이 묵상

고난을 달게 받자 

고양이를 키우면서 얻는 이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선 귀엽다. 그 이유 하나 만으로 고양이와 함께 사는 즐거움을 거의 모두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귀여워서 볼 때마다 즐겁다. 다양한 표정과 애교는 집사의 피로 회복제이다. 고양이라는 생명체가 주는 그 다채로움. 아마 영원히 인간은 고양이라는 종에 대한 이해를 백프로 하지 못할 것이다. 왜 저들이 저런 행동을 하는지. 잘 놀다가 갑자기 왜 서로 쫓아가고 쫓기는지. 좋다고 달려들다가 왜 갑자기 무는지. 이들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을 것이다. 


이들의 독립성 또한 매력적인 요소 중 하나이다. 자신의 의사를 똑부러지게 표현하는 종족이다. 몸으로 음성으로. 만져달라 할 때는 발라당 눕고 혼자 있고 싶을 때는 쏜살같이 도망친다. 구석으로 도망친 다음 집사가 흔드는 장난감을 살피며 언제 달려들지 재는 모습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나도 고양이처럼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고 해야할 생각만 하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면 이 세상 살기가 얼마나 편할까. 고양이를 보며 많은 것을 배우는 것 또한 집사의 혜택일 것이다. 

좋은 점만 있을까. 

그렇지 않다. 

냥바냥이라고 우리집 첫째냥이는 한밤중에 깰때가 있다. 깨어서 가만히 있으면 상관없겠지만 뭔가를 박박 긁는다던가 문을 긁는다던가 하면 집사의 단잠은 파탄이 난다. 잠귀가 밝은 나는 어지간히 곤혹이다.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오면 잠에서 깨고 '냥이로구나' 생각이 들고 '잠자기는 다 틀렸다. 지금 몇 시지. 졸려 죽겠네.' 하면서 주섬주섬 일어나 냥이에게 가는 수밖에. 

쓰다듬어 다시 재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무언가를 긁는 소리가 들려오면 참을 인자를 세 개 새긴다. '냥이가 주는 행복이 있으면 어려움도 있는 거야' 혼자 되뇌이고 되뇌인다. 


사도 바울이 그랬던가. 

'우리가 그와 함께 영광을 받기 위하여 고난도 함께 받아야 될 것이니라 (로마서 8장 17절)'


하나님을 따르다보면 예기치 않게 고난을 받을 상황에 처한다. 이 고난을 피할 수 없다. 깨끗하게 살기 위해, 하나님을 인정하기 위해, 하나님 뜻대로 살기 위해 우리는 고난에 처할 때가 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고난은 우리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사도 바울은 말한다. 우리의 고난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도다(로마서 8장 18절)'

주가 주시는 상급을 위해 달려가자. 고난이 오면 달게 받자. 이것이 크리스챤의 본분이다. 


마치 고양이를 키우는 내가 고양이가 주는 행복을 누리는 만큼 밤에 잠에서 깨서 고양이를 보살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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