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게는 맛이 들지 않아 비린내가 났다. 터미널 식당 수준의 된장찌개와 시래기 등등의 밑반찬은 실망스러웠다. 문에 붙어 있는 무궁화 문양을 믿고 들어온 게 잘못이었다. 음식 맛은 그만두고라도 뻔히 혼자 들어서는 날 보면서 "몇명이에요?" 하며 저들끼리 뭐라 수근대던 모습부터 맘에 들지 않았다. 후식으로 나오는 수정과를 마다하고 난 식당을 나왔다.
그녀와 헤어진 지 일년 만이다.
헤어지던 날, 그녀는 모처럼만에 들떠 있었다. 오랜만의 여행이었다. 펜션을 나와서 길거리 공연을 지켜보며 내 손을 살그머니 쥐는 게 백만 년 전의 일처럼 애틋했다. 동시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커피까지 마시고 펜션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녀가 갑자기 내 손을 뿌리치더니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를 작동시켰다. 그때까지 나는 그녀가 뭘 찍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의 카메라는 골목 안을 향해 있었다. 몇 컷을 찍은 후 그녀는 내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저 집이야. 내가 살고 싶은 집." 그녀가 골목 안 흰 벽의 집을 가리켰다. 희붐하게 노란빛 전구를 곳곳에 달고 있는 집.
난 말없이 그녀의 손을 쥐었다. 몇 발자국 후에 그녀는 내 손을 뿌리쳤다. "잠시만" 하고는 아까의 골목으로 돌아가 또 그 흰 집을 찍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내게 돌아와 사진을 보여주었다. 마치 어린 아이가 부모에게 "잘했어" 라는 칭찬을 기다리는 것처럼. 하지만 칭찬의 말을 하기에 그녀의 사진은 형편없었다. 광원이 확보되지 않아서인지 흰 집은 형체조차 희미했다. 형체가 뭉그러져서 사진 안에서 보면 흰 덩어리로만 보일 뿐이었다.
그녀의 카메라가 다시 그 집을 향했다.
"초점을 잘 맞춰봐. 이렇게 하면 초점이 맞춰져."
나는 카메라 화면 속 흰 집위에 손가락을 놓고 톡톡 건드렸다.
"봐, 초점 맞춰졌지? 어두울 때는 이렇게 찍는 거야."
그녀에게 다시 카메라를 건네었다.
하지만 그녀는 셔터를 누르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조금 전까지 얼굴에 떠올라 있던 작은 미소는 사그라지고 맹렬한 증오의 빛이 나타나 있었다. 내게 익숙한, 그녀라는 여자의 표정이 돌아왔다.
"개새끼."
그녀는 나를 보지도 않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다시, 거리에 선다. 날은 벌써 어둑해졌다. 이 식당을 택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식당 맞은편에 그녀가 카메라를 들이밀던 골목이 보인다. 다시 한 번 그 골목을 들여다본다. 일 년 전처럼 그 집은 희붐한 노란빛을 내뿜고 있다. 카메라를 켜 골목 안쪽의 흰 집을 찍는다. 일부러 포커스를 맞추지 않는다.
이제야 그녀가 찍고 싶었던 게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