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아빠의 결혼 생활

물고기가 네 마리나 죽었다. 올 여름은 더워서 쪄 죽을 것 같다. 어느 정도냐면, 거실에서 요리를 해먹지 못할 정도이다. 근 한 달 동안. 가스불이라도 켤라치면 땀이 쏟아진다. 그 정도 되니 차라리 요리를 하지 말자, 나가서 먹고 들어오자 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늘 비빔밥이다.


계란을 얼른 익혀서 얹으면 되는 비빔밥.


그럴듯한 요리를 못할 바에야, 나는 새삼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한다. 이렇게 빠른, 집에서 만들어먹는 패스트 푸드인 셈이다. 모두 한데 모여서 비비면 되니깐.


어인 일일까.


아침에 일어난 그가 마루에서 꼭 하는 일은 물고기의 상태를 살펴보는 일이다. 오늘도 그는 허리를 굽혀 물고기를 본다. 그의 표정을 보지는 못해도 조금은 근심스러운 표정일 것 같다. 왠지. 아주 좋은 성품을 타고 태어난 사람. 이 사람이 내 곁에 있다니 믿을 수가 없다. 그가 보살펴 준다니 물고기는 얼마나 행복할까. 그가 다가가기만 해도 좋아서 날뛴다고 나는 믿는다. 하지만 어느날 내가 물고기에 가까이 가보고 나서, 그저 누군가 다가가면 그 난리를 피운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왠지 남편을 알아보는 것 같다.


-또 죽었네.


그는 근심스럽게 말한다. 올 여름 들어 우리 둘이 마루에 머무는 순간은 급격히 짧아졌다. 한 십분. 그래서인지 그가 물고기 곁에 다가앉는 경우도 무척이나 드물다. 먼저 가면 안 돼! 나는 소리친다. 여간해서는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사람이, 요새는 일이 무척 힘에 부친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그의 손에 물고기의 하얀 배가 들려져 나온다. 어항으로부터. 죽어서야 어항 밖을 나올 수 있는 존재란 무엇일까.


그는 힘이 없다. 여름 탓이야. 더워서 그래. 더워서 물고기도 못 견디고 죽나 봐. 나는 말한다. 오늘도 일하는 그 사람 머리 위에는 해가 저 멀리 떠 있겠지만 미치도록 이글거리는 빛을 쏘아 보내겠지. 부디 힘내세요, 물고기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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