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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없는 전업주부 May 11. 2022

글의 취향

설명충이지만 감사합니다

브런치 글 쓰기를 해보니, 나의 글 쓰는 방식은 내 취향을 타는구나 알겠다.


나는 일본 소설을 좋아한다.

오쿠다 히데오,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의 원작을 좋아하기보단 옮긴이 양억관님의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봐야 하나?

아무튼.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일단 간결하다는 점이 가장 크다.

일본어의 특징이기도 하겠지만 뭔가를 주저리주저리 하지 않는 편인 것 같다.

그리고 일본의 유머도 문화권이 비슷해서인지 

재미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그림이 그려진다는 것?

글을 읽으면서 이게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지 싶은 소설이 많은데

적어도 오쿠다 히데오나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실 마스다 미리님 책을 거의 전권 소장하고 있는데 좋아하시는 디저트를 브랜드와 상호명, 어느 백화점에서 샀는지까지 묘사되고 있어서 사실적이고 간결한데 재미있다.


(간결한 글 저도 참 쓰고 싶습니다.)


원래 일본 소설을 좋아했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공중그네 같은 거 누구나 다 읽었을 법한 책을 그저 나도 재미있게 읽었었을 뿐이다.

본격적으로 찾아 읽게 된 건

전공수업에 질린 이후가 될 것 같다.


인문학과에 입학했었다.

그리고 전공 기초 수업의 커리큘럼  카프카 설을 파헤치는  있었다.

수업명은 기억이 나지 않고.

카프카뿐만 아니라 다양한 외쿡. 소설을 파헤쳤다.

정말 파헤쳤다는 표현이 맞다.

화자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게 쓴 아주 거장님들 덕분에

소설을 읽고 이게 누구일까부터, 시대상황을 반영해서 이런 구절을 이해해야 한다는 등

세미나 형식으로 파헤치고 파헤쳤다.


그 수업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책을 읽고 말 그대로 독서토론을 하는데, 좀 더 정성스럽게 자료를 준비해서 하는 그런 수업.

발표가 끝나면 자기는 그 부분을 이렇게 생각했었다면서 학생들의 토론도 이어진다.

발표자의 대답에 따라 교수님의 촌철살인? 같은 코멘트도 덧붙여지고.

진짜  교수님의 열혈 팬들 진심으로 많았다.

아주 슬프지만 나는 아니었다는 것.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해석 내용이 기억나지만 넘어가 보겠다.


나는 그렇게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고 파헤쳐서 이해해야 하는 글이 싫다.

정말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싫다고.

그 수업을 C를 받고, 다시 재수강을 하기 싫어서 졸업 전에 그냥 드롭시켜버릴 정도니까.

그리고  수업 정말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는  깨닫

타 전공을 엄청나게 기웃거렸다.

10대에 겪어야 할 사춘기를 그 수업 듣고 20살에 겪었다.


다른 전공 기웃거리다가 가장 적성에 맞았던 건 재미있게도 신방과였다.

보도자료 토대로, 사실에 기반한 기사문 작성이 그렇게나 적성에 맞았다.

정작 전공은 C 받고, 혹시나 해서 들어본 기사 작성 수업은 A+ 을 받았었다.

대학교 다니면서 교수님 전화를 두 통 받아봤는데,

전공기초 C 받고 전공 교수님이 타 전공 학생들보다 성적이 안 좋다는 핀잔 섞인 위로와 진로상담 전화,

너무 잘했다고 언론고시를 준비할 생각 있냐는 기사 작성 교수님의 전화이다.


책 읽는 건 좋아하는 편이고

그래도 자기 계발이나 경제 서적보다는 소설을 좋아하는데

이해 안 되는 소설에 뜨겁게 데인 후부터는

저절로 일본 소설에 손이 갔다.


간결함이 주는 쾌감.

진심 진짜 화자가 누구인지 이게 두더지인지 사람인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는 그런 소설 읽다가,

내가 뭘 읽은 건가 허무한 것보다는 

내 취향은 확고하게 간결하고 명확한 소설이다.


아 그리고 이야기.

이야기를 좋아한다.

뭔가 지식을 전달하는 글은 아직 남아있는 직업병 때문인지 팩트체크부터 해야 할  같기도 해서

사람 사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브런치는 그런 이야기가 많아서 좋다.

약간 날 것의 느낌으로 오늘 내가 무슨 일 있었는지

그동안 내가 무슨 일 겪었는지.

 그 속에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고 하는.

그런 이야기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간에만 알 수 있는 재미를 주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

무슨 일을 소재로 쓸까 생각 한 다음에

그 일에 대해서 묘사를 잘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독자가 최대한 수고스럽지 않게 하려고.


아니나 다를까.

그동안 써온 글들을 쭈욱 읽어봤더니 

설명충이 따로 다.

간결한 글 좋아하면서 내 글은 고무줄처럼 늘어져있네.


설명충 같은 부족한 제 이야기를 읽어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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