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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녹진 Jul 19. 2024

댄스스포츠 : 파트너와 종강발표

소개받은 상대방의 취미생활이 댄스스포츠라고 한다면, 당신은 이 소개팅을 진행할 의향이 있는가? 그게 무슨 상관이지? 나는 문제없지! 하고서 소개받은 상대방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매주 수요일에는 댄스스포츠 자유연습 정기모임을 가지고, 매주 목요일에는 댄스스포츠 학원을 다니고, 매주 토요일에는 댄스스포츠 동호회활동을 해서 그 친구를 만날 수 있는 날은 일요일이 유일한 시간이었다. 노력하면 월, 화, 금요일에도 만날 수도 있었는데, 소개받은 초창기 그 당시에는 내가 먼저 만나자고 말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이 친구는 내게 관심이 없나? 내게서 궁금한 게 없나?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열흘에 한번 텀을 두고 만나자고 하는 건가? 어느 순간 갑자기 어떤 계기로 이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매주 수, 목, 토요일에 한다는 댄스스포츠를 어떻게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지 눈으로 한 번쯤은 봐봐야겠다.


매주 목요일마다 수업을 듣는 댄스스포츠 학원의 종강발표가 다음 주 목요일이라는 소식을 주선자에게서 전해 들었다. 나, 그 종강발표에 가봐야겠다. 썸 타고 있던 그 친구의 취미생활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야겠더라. 종강발표가 있던 목요일, 마지막 '삼바'수업을 끝내고 잠깐의 리허설 후 삼바 학기를 끝내는 종강발표가 있다고 했다. 3호선 양재역에 내려서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며 스타벅스에서 샌드위치로 저녁을 먹으면서 리허설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그 친구에게 종강발표에 놀러 간다고 이야기를 하지 않고 주선자와 몰래 방문할 계획을 꾸몄던 터라, 둘이서 기대감과 설레임 그리고 나 혼자서 약간의 긴장을 했다. 리허설을 시작했는지, 주선자는 슬슬 수업하는 홀로 이동해야 할 것 같다며 이제 일어서자고 했다. 그때부터 약간 쿵쾅거림을 느꼈다.

 

댄스스포츠 학원 입구에 서서 처음 보는 수업하는 홀 모습을 봤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마지막 연습을 하면서 종강발표 준비를 하는 걸보고서는 꽤나 큰 울림의 쿵쾅거림을 느꼈다. 투명한 중문을 열고 홀 안으로 들어가면서 어렴풋이 예감을 했다. 지금 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이 순간 들어가기 전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질 거라고. 앞으로의 내 세상이 바뀌게 될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들었다.


댄스스포츠가 취미인 그 친구의 취미생활을 눈으로 직접 보고 나서 느낀 첫 소감은 바로, '아이고~ 잘한다!' 하고서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아니, 실내 홀에서 춤추는 사람이 저렇게 전력질주 달리기한 사람처럼 땀을 흘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땀을 흘렸다. 그렇게 흘리는 땀보다 더 많이 긴장된 모습도 보였다. 저렇게 열심히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나는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댄스스포츠가 뭔지 눈으로 처음 구경하게 되었다.


그 친구가 목요일마다 수업을 듣는 곳은 '룸바', '차차차', '삼바', '자이브', '파소도블레' 5가지의 라틴종목을 배우는 댄스스포츠 학원이다. 그날의 종강발표는 삼바였는데 지금까지 배운 춤을 발표식으로 공연하고 나면 삼바 학기가 끝난다고 했다. 종강발표 첫 순서는 개인 베이직이었는데, 사람들이 나와서 혼자서들 춤을 췄다. 댄스스포츠는 둘이서 추는 춤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개인 베이직이라고 기본 스텝들을 모아놓으니 루틴이 되어 춤이 만들어졌다. 둘이서 추는 춤을 추려면 일단 나 혼자서도 춤을 출수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 개인 베이직이 탄탄해야 춤을 잘 추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런가, 혼자서 추는 개인 베이직은 다들 힘들어간 모습이 보였다. 그다음 순서로 내가 알고 있던 댄스스포츠,  둘이서 추는 커플 루틴 발표를 했다.


그 친구가 이성과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두 번째 소감은, '댄스스포츠는... 진짜 스포츠구나!' 당일에 정해진 파트너와 실수를 하지 않고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집중하면서도, 서로서로가 누가 더 시선을 사로잡을지 뽐내려는 공작새 같았다. 뻘뻘 땀 흘리면서 오로지 춤에 집중하고 춤추는 그 모습이 꽤나 멋있었다. 어떤 모습이든 진심은 그렇게나 멋있지 않을 수가 없더라. 그렇게 썸 타는 그 친구의 취미생활을 보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한 팀씩 커플루틴을 모두 보고 나서, 댄스스포츠 선생님이 이번학기의 MVP를 뽑는데 그 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숨 죽이며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는 찰나의 순간을 느꼈다. 나는 앞으로 그 친구의 종강발표를 맘껏 응원하기로 했다.


종강발표가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 나도 함께 참석했다. 나의 목적이었던 댄스스포츠 학원 사람들에게 인사도 하고 눈도장도 찍었다. 그러고 나서 본격적으로 댄스스포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댄스스포츠가 뭔지 모르는 내가 어떻게 느꼈는지를 다들 궁금해하더라. 괜히 디테일하게 감상평을 남겨주고 싶었는데 사실, 뭣도 몰라서 뭐가 대단한 동작이고 뭐가 멋졌고 뭐가 훌륭했는지 뭘 알아야 하지.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두루뭉술하게 다들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모습이 멋있었다, 보기 좋다 같은 표현이 한계였다. 그러던 와중에 댄스스포츠 학원 수강생 한 분이 아무것도 모르는 내 눈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초코>는 내가 봐도 되게 예뻤다. 아름다웠다. 행복해 보였고, 미소를 띠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 광대가 올라가더라. 춤을 추는 사람도 즐겁고, 춤을 추는 사람을 보는 나도 즐거울 수 있는 경험을 해봤다. 댄스스포츠 종강발표 보러 가서 썸 타는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을 눈에 넣어 왔다.


이제는 썸 타는 사이에서 연인이 된 그 친구를 따라 매주 토요일에 수업이 있는 댄스스포츠 동호회를 다닌다. 8주간의 수업을 듣고 나면 똑같이 종강발표가 있는데, 동호회에서는 6주 차에 수업이 끝나고 나면 바로 발표 파트너 뽑기를 한다. 이번 종목에서의 나의 파트너는 누구일까? 내 종강발표 파트너가  MVP 욕심이 있는 열정러인지, 수업 듣는 게 재미있는 즐겜러인지 궁금해진다. 누가 뽑히든지 간에 미소를 띠고 웃는 얼굴로 내 파트너를 바라본다. 잘 부탁드려요.  우리 재미있는 종강발표 만들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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